국제 경제·마켓

美, 열띤 증시바닥 논쟁…“여름까지는 횡보 가능성”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공포에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41%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63%, 0.67% 하락했는데요.

주말과 메모리얼 데이 연휴 내내 월가의 관심은 “증시가 바닥이냐”였습니다. 특히 27일 나온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3% 올라 전달(6.6%)보다 오름세가 낮아지자 나스닥이 3.3% 뛴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죠. “바닥은 아니더라도 근처에는 온 거 아닌가?”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증시는 다시 하락마감했는데요.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은 아직 인플레이션과 통화긴축, 금리상승 같은 주요 이슈 측면에서 숲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늘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함께 만나 인플레이션 해법에 대해 논의했는데요. 이에 대한 분석과 함께 증시 전망 전해드리겠습니다.

바이든, “연준과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한다(respect)”…그의 인플레 전망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만남에 앞서 기자들에게 “오늘은 나의 최우선 과제인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모인 것”이라며 “인플레를 위해 할 것은 연준과 연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능력있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들이 그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공개 발언은 이게 다였습니다. 간단한 모두발언 뒤에 추가 질문을 받지 않았는데요. 질문을 안 받았다는 것 자체가 해당 사안이 현 시점에서 부담스럽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교과서적인 수준의 멘트를 했다”며 “큰 틀에서 보면 시장에는 악재는 아닌 수준의 발언이었다”고 분석했는데요.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때처럼 더 매파적인 발언이 나오지 않았으니 그 정도로 된 수준인 거죠. 증시를 끌어올리진 못했지만요.

이날 발언을 놓고 보면 파월 의장이 밝혀온 금리인상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실상 “연준을 믿는다”며 또다시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죠. 언론에 공개된 부분 이외에 세 사람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난 상황은 이렇습니다. 연준은 6월과 7월 0.5%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이고 9월에는 상황을 보겠죠.

바이든 대통령은 현 상황에 낙관적입니다. 앞서 그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는 “세계경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으로 악화하고 있고 에너지 시장은 혼란에 빠져있으며 완벽히 고쳐지지 않은 공급망 문제는 제품 부족과 가격상승을 불러오고 있다”면서도 “국민들은 미국 경제가 강력한 위치에서 이같은 도전들에 직면하게 됐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적었는데요.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왼쪽) 연준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함께 인플레이션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 인플레이션 문제가 있지만 미국 경제와 미국인들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이겨낼 수 있다는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나은 경제적 위치에 있다”고도 했는데요.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계속해서 경제에 대해 일반 대중들보다 훨씬 더 낙관적인 톤을 유지해왔다”며 “그는 빠른 일자리 증가와 낮은 실업률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입니다. 최근의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돌리기도 했었죠. 맞는 얘기지만 100% 푸틴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이 연준을 존중한다고 한 것은 정치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의 책임을 연준에 지우려는 선긋기로 볼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실제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는 피할 수 없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WSJ에 “일자리 창출 개수가 월평균 50만 개에서 15만 개로 줄어들 수 있지만 이것은 회복의 다음 단계로의 성공적인 진입”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분명합니다. 바로 경기둔화지요. 금리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일자리가 예상보다 더 줄어든다면 연착륙도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겁니다.

“하락세 끝나지 않았다” vs “지금 바닥 근처에 와 있어”



이번엔 주말 내내 관심거리였던 증시 바닥 논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시장에서는 지난 주를 계기로 바닥에 관한 기대감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는데요. 강세론자 가운데 한명인 실비아 자블론스키 데피앙스 ETFs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전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는 지금이 바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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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하치우스는 이날도 “올해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과장돼 있다”며 “미국은 1분기 -1.5%에서 2분기 2.8% 성장할 것이며 올해 경기침체는 없다”고 밝혔는데요.

인플레이션 압박 요소인 유가에 관해서도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에드 모스 씨티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헤드는 “올 초 전년 대비 수요 증가가 하루 360만 배럴로 봤는데 지금은 220만 배럴 수준”이라며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낮으며 시장은 경기침체를 주시하고 있다. 연말에 120달러는 과도한 가격이며 70달러가 더 적정한 밸류”라고 주장했는데요. 골드만삭스의 기본 유가 전망치인 120달러와 배치됩니다.

월가에서는 증시 바닥 논쟁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증시가 오르더라도 이를 베어마켓 랠리로 보고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월가의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최근의 증시 상승은 연준의 정책논쟁이 9월에 잠시 쉬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동안 과매도됐다는 심리가 겹쳐서 나온 것”이라며 “기업 어닝에 대한 전망치가 너무 높으며 S&P500의 경우 2분기 어닝시즌인 8월 중순에는 3400에 거래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는 이날 종가보다 17.7%가량 더 떨어진다는 뜻이죠. 샘 스토발 CFRA 리서치의 최고 투자전략가도 “우리는 최근의 랠리가 지속가능할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

BTIG는 S&P500이 더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전에 반등이 있을 것이라는 입장인데요. 조나단 크린스키 BTIG 수석 시장 테크니션은 “S&P500이 3400~350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는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일어날 것”이라며 “그 전에 3800~4250까지 반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지금 같은 베어마켓 랠리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건데요. 월가에서도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마이클 윌슨도 5% 정도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죠. 잠시의 반등에 뛰어들기보다는 베어마켓 랠리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더 강한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잠재적인 경기위축이 나타나더라도 애널리스트들은 올해와 내년에 기술기업들의 실적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를(실적)을 과대평가하고 있으며 가격이 하락할 때 매수해 이익을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있어 이같은 낙관론이 사라질 때까지 기술주는 바닥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름 지나 인플레 꺾이면 오를 가능성…그 전까지는 잘 해야 횡보”


이번에는 월가에서 거래를 하는 사람의 말을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증시 전망에 관해 월가의 한 관계자는 “큰 틀에서 약세장(bear market)이면서 중간에 황소장(bull market)이라고 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번은 가격조정이며 위기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짚었는데요.

이 관계자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위기가 오려면 크레디트 리스크가 확대되야 하는데 지금 그런 것은 없고 가계와 기업도 유동성이나 대출 문제가 크지 않다는 겁니다. 그는 “월가에서는 실적이 별볼일 없거나 과대평가 받았던 기술주는 빠질 만큼 빠졌고 지금 상황이면 증시가 그렇게 싸지도 않지만 비싼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있기도 하다”며 “여름에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이 눈에 띄게 하락해 연준이 9월에 속도조절을 한다든지 좋은 신호가 나오면 증시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증시가 전고점을 뚫고 다시 오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횡보하는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는데요.

EU의 러시아산 부분 수입중단으로 유가가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AFP연합뉴스


큰 틀의 하락장 속에서 중간중간에 베어마켓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죠. 지금까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던 대로 시장에서는 △중국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의 해결이 관건이라고 보는데요. 거꾸로 보면 이들 문제가 풀려야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얘기기도 하죠. CNBC는 “시장이 바닥에 왔는지를 알기 위한 요소로 중국과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등이 있다”고 했는데요. 이어 “중국은 상하이에서의 경제활동 재개가 계속되고 있고 베이징이 대규모 락다운을 피했으며 중국이 경기부양을 하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상품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해결책이 없으며 인플레이션은 피크에 달했다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둔화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인플레가 계속해서 떨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유념할 것은 인플레이션 피크와 유가 하락 안정세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인데요. 설명드렸듯 이는 경기둔화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수석 글로벌 주식 전략가는 “역사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치면 금리인상 압력을 줄여주기 때문에 위험자산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2001년 인플레가 피크를 쳤지만 테크버블에 증시는 계속해서 떨어졌다. 인플레 피크는 어느 정도 안도감을 주지만 성장 둔화에 대한 계속되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돌고 도는 얘기지만 결국 여름 때까지 최소 몇 개월 동안 인플레이션과 고용 등 핵심지표를 더 확인해야 증시도 미국 경제도 방향을 잡을 수 있겠습니다. 여름까지는 잘해야 횡보라는 월가 관계자의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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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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