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현재 국제사회 제재에 버텨내고 있으나 전망은 암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진짜 고통은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로이터통신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경제 위기 조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은 자국 경제가 서방 제재에도 버텨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루블화의 가치는 최근 1달러당 66루블까지 올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보다 강세를 보였다. 정부의 자본 통제와 강제 환전 정책 덕이다.
하지만 러시아의 위기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막심 레세트니코프 러시아 경제부 장관은 지난 27일 기업과 소비 지출에서 ‘수요 부족 위기’를 시인했다. 그는 "경제에서 통화량 감소가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다시 가격이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러시아의 수입은 급감하고 있다. 핀란드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대(對)러시아 수출은 4월에 25%가량 감소했고 베트남과 한국, 말레이시아, 대만의 러시아 수출은 절반 이상 줄었다.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17%를 웃돌며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장기화는 러시아의 재정 상황을 더욱 압박한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부 장관은 이른바 '특수 군사작전'에 막대한 재정 자원을 쏟아붓는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철수가 러시아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악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르게이 구리예프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회사들이 여전히 직원 봉급을 지급하고 있으며, 일부 회사들은 수입 부품 재고를 활용해 생산을 계속하고 있어 진짜 고통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개월 후에 서방 기업 철수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부연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올해 러시아의 가계 소비가 13% 감소하고 투자는 23%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러시아의 장기 잠재성장률은 현재 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8조루블(약 154조6000억원) 규모의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가 신규 자금이고 투입 기간이 어떻게 될지 불확실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