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자금난 복병에…기대 꺾인 극장·항공주

CJ CGV, 재무 개선 고삐 조였지만

결국 4000억 규모 전환사채 발행

주가 8% 치솟았다가 다시 제자리

에어부산도 2001억 규모 유상증자

재무상태 극복하고 반등할지 주목

4월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관객들이 팝콘과 음료를 상영관으로 가지고 들어 가고 있다./이호재 기자4월 2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관객들이 팝콘과 음료를 상영관으로 가지고 들어 가고 있다./이호재 기자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으로 오름세가 관측됐던 극장·항공주의 주가가 대규모 자금 수혈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다시 발목이 잡혔다. 리오프닝 수혜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악화된 재무 상태를 해소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면서다. 실제 CJ CGV(079160)에어부산(298690)이 악화된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수천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줄줄이 단행하고 있어 단기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는 모습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CJ CGV 주가는 정규장 종료 후 시간 외 거래에서 3.98% 내린 2만 6550원으로 마감했다. 같은 날 정규장에서 CJ CGV가 1.25% 떨어진 것에 비해 눈에 띄는 하락 폭이다. 이날 시간 외 거래까지 포함하면 전 거래일 종가인 2만 8000원 대비 5.18% 떨어졌다. CJ CGV는 최근 ‘범죄도시2’ 등의 흥행으로 극장가가 북적이자 하루에만 주가가 8% 오르는 등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날 다시 2만 6000원 대로 내려앉았다.



금융 투자 업계는 이날 CJ CGV가 4000억 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는 공시가 주가를 재차 끌어내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CJ CGV는 전날 정규장이 마감된 후 채무 상환 및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4000억 원 규모의 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규모 CB가 발행되며 채권이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불안이 제기됐고 이에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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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도 같은 날 200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대규모 유상증자 역시 기존 투자자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효과가 있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곤 한다. 실제 4월 121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티웨이항공(091810)은 몸살을 앓고 있다. 유상증자 결정을 발표한 2월 22일 이후 전날까지 주가는 21.13% 빠졌다.

극장·항공주는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리오프닝의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하지만 주가는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20~30%씩 떨어진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악화됐던 재무 상태가 주가 상승의 걸림돌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은 CB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실적이 회복될 시기에 낮은 이율로 자금 조달을 하는 것은 오히려 기업의 실적 회복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오버행(잠재적 대기 매도 물량) 우려가 극대화된 기업이 증시에서 매력을 가지기는 어렵기에 단기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 엇갈리는 것이다.

우선 CJ CGV 측은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CB 발행을 통해 기존 고금리 차입금을 상환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003540) 연구원도 “주주가치 희석 때문에 CB 발행을 부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회사가 지난해 30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을 때는 자금 조달로 회사가 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면서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형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오버행 및 재무 부담이 해소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목표 주가는 3만 1000원으로 유지했다.

다만 CJ CGV나 에어부산 등이 최악의 시간을 지나 실적 개선을 차츰 이룰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064850)에 따르면 CJ CGV의 올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139억 원, 496억 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영업손실 폭을 줄이고 3분기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에어부산 등 항공주의 경우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 등으로 실적 회복이 다소 더딜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여객 수요가 살아나고 일본·동남아 등 국제선 노선도 회복되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기는 벗어났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분 희석과 오버행 우려가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리오프닝 기업들의 실적이 어느 정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주가 향방을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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