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인천 계양을 후보가 신승을 거뒀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만큼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르게 선거 기간 내내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지역 주민들은 ‘인물론’에 힘을 실어줬다. 이 후보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권 장악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다만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섰던 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참패하면서 이 후보를 견제하려는 당내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0시 현재 중앙선거관위위원회 개표 결과와 KEP(KBS·MBC·SBS) 공동 출구조사를 종합하면 이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 2010·2014년 성남시장,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연거푸 승리했던 이 후보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모델’을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패배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5년 당권을 장악하고 2016년 총선 공천을 주도한 뒤 대선에 재도전했던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 역시 이번에 당 대표가 되면 2024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지난 대선에서 현역 의원들이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보고 당권 장악의 필요성을 이 후보가 뼈저리게 깨달았다”면서 “당 대표에 도전하지 않을 거면 보궐선거에 나올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당권 도전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이 예상보다 강해지면 송영길 전 대표가 대신 전당대회에 뛰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재명·송영길 연대가 지난 대선에 이어 8월 전당대회에서 재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문 세력 등의 반발은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당내에서는 ‘상처뿐인 승리’라는 비판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충청 등 인접 지역에서 당초 기대했던 ‘이재명 효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이 후보의 도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연속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 후보가 반성 없이 당 대표에 도전하면 당장 지지층 내부에서 반발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 후보를 사실상 겨냥해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면서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당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부상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꾸린 뒤 원내 지도부가 약 한 달만 당 지도부를 겸하는 방안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이 큰 이 후보가 6월 말 전당대회에 또다시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전당대회 레이스는 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물리적으로 일정을 앞당기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