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성장에 관한 우려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는데요. 나스닥이 0.72%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54%, 0.75% 떨어졌습니다.
월가에서는 여전히 물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경로, 그리고 경기침체 가능성이 핫이슈인데요. 이날은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경제 허리케인 경고가 회자됐습니다. 이달부터 연준의 양적긴축(QT)이 시작된다는 것도 시장의 관심이 큰데요. 오늘은 새로 나온 얘기들을 중심으로 월가 분위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더들리, “9월 중단 의견 중시 안 해”…“금리 올리다 멈추면 인플레 해결 못 해”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윌리엄 더들리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연준은 중립 수준에 빨리 도달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언젠가 연준이 잠시 멈춰서 주위를 돌아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데이터에 따라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9월에 금리인상을 잠깐 멈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나는 그것을 중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은 기준금리를 3%까지 반영하고 있으며 내 생각엔 그 수준에 쉽게 도달할 것으로 본다. 추가로 연준은 아마도 이를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6월과 7월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린 뒤에 9월에는 더 올리지 않고 상황을 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뜻이죠. 어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함께 모여 인플레이션에 관해 논의를 할 정도로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인플레가 꺾인다는 점을 눈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준을 존중한다며 더 매파적인 입장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셋이 만났는데 물가상승률이 확연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말이 아니겠죠.
옐런 장관은 이날 CNN에 “인플레이션의 방향에 대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I was wrong)”라고 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일시적이라는 말을 버려야 할 때”라며 사실상 통화정책의 오류를 시인한 데 이어 옐런도 솔식지 정책실패를 인정한 것인데요.
사람이 한번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신경쓰게 됩니다. 한 번 볼 것을 두 번, 세 번 보게 되죠. 정책 당국자는 더 그럴 겁니다. 재무장관이 대놓고 “내가 잘못했다"고 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꺾인다는 신호를 볼 때까지 보수적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9월에 0.5%포인트를 할 거냐, 0.25%포인트를 할 거냐 상황에 따라 고민할 수는 있겠지만 최소한 안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인데요. 연말까지도 계속해서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옐런은 “연준에 양대 정책목표가 있는데 완전고용은 달성했고 인플레가 너무 높고 이는 미국 가장에 큰 부담”이라고 했는데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때까지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죠.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의 생각도 비슷합니다. 그는 “나는 연준이 9월에 금리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생각에 매우 의아하다. 9월에 멈추면 경제가 더 부서지기 쉬운 상태가 될 것”이라며 “노동시장이 강한 지금, 연준은 다음 두 번 이상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린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내가 걱정하는 것은 연준이 금리를 올리다 멈추고, 올리다 멈추는 것이며 이는 정말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것은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한다. 금리를 2.5%포인트 인상하고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리언의 생각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할 때 한번에 잡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미국 실업률이 3.6% 수준으로 사실상 완전고용이니 더 밀어부쳐도 된다는 얘기인데요.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실업률이 4%까지는 가야 한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더들리의 말처럼 연쇄적으로 금리를 계속 올리면 연말쯤 돼서 상황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데요. 연준도 5월 FOMC 의사록에서 연말께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정책효과를 재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설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QT 는 큰 실험 작은 폭풍인지 슈퍼스톰인지 몰라”…“연착륙 극히 어려울 것”
하지만 긴축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은행 같은 금융사는 경기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들의 얘기를 잘 들을 필요가 있다는 말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이날 은행 CEO들의 경고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이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가 연준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으키는 경제 허리케인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았는데요. 그는 “나는 먹구름이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그것을 바꿀 것이다. 그것은 허리케인”이라며 “현재 상황은 괜찮아 보이지만 누구도 그 허리케인이 작은 것인지 아니면 슈퍼스톰 샌디인지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허리케인 샌디는 2012년에 발생했는데 당시 폭풍직경이 1520km로 북대서양 지역에서 사상 최대 규모였다고 합니다.
다이먼은 연준의 QT와 금리인상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요. 그는 “우리는 (제대로) QT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50년의 역사에 새 책을 써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다”며 “중앙은행은 유동성이 너무 많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은 투기를 멈추고 집값을 낮추기 위해 유동성을 어느 정도 제거해야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이날부터 QT가 시작됩니다. 실질적으로는 15일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두고봐야 하지만 리스크 요인인 것만큼은 분명한데요. 유동성과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QE가 증시상승에 준 영향이 상당하며 QT가 반대로 증시, 그중에서도 나스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8조9000억 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큰 실험을 시작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수바드라 라자파 소시에테 제네럴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QT의 영향은) 매우 점진적일 것이며 QT에 따른 어떤 영향이 있을지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4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표면상으로는 어떤 문제도 없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뒤늦게 나타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경기둔화에 관한 우려가 은행권 CEO들 사이에 퍼져 있는 것은 분명한데요. 웰스파고 CEO인 찰리 샤프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프트랜딩 시나리오는 현재 환경에서 달성하기가 극도로 어렵다(extremely difficult)”라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경제는 어느 정도 둔화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깊지 않은 짧은 경기침체가 온다면 약간의 고통을 겪고 이를 극복할 수 있어 괜찮을 것이라는 얘기도 남겼는데요.
우울한 얘기를 전해드리는 것은 다이먼 CEO의 말처럼 대비할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날씨예보가 틀릴 수도 있지만 허리케인급이라면 경기에 대한 대응방식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대비를 내놓아야겠죠. 이슬비는 맞아도 크게 관계 없지만 허리케인이라면 다릅니다.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예보가 제대로 들어맞았을 경우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다이먼 CEO는 “스스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JP모건은 준비를 하고 있으며 우리의 대차대조표를 매우 보수적으로 가져갈 것”이라고 했는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당분간은 경계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볼 때인 듯합니다. 이날 나온 연준의 베이지북을 보면 4개 지역에서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시장 반등하더라도 일시적…5월 고용보고서·CPI 등 중요”
결국 관심은 시장인데요. 금리인상이 계속되고 경기도 나빠질 수 있다면 증시는 어떻게 될지가 중요할 겁니다. CFRA에 따르면 1945년 이래로 6월의 상승률은 0.14%로 밑에서 3번째라고 하는데요. 반면 변동성은 12월에 이어 가장 낮았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낮은 수익과 낮은 변동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인데요. CNBC는 “올 6월은 낮은 변동성과 낮은 상승이라는 그동안의 패턴을 따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이 반등하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전략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소식에 유가가 불안한 상태인데요. 고유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주요 요인입니다. 증시에 관해 씨티의 전략가 제이미 파히는 “우리는 더 많은 하락이 예정돼 있다고 본다”며 “경기침체에 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와 내년 주당순이익에 대한 기대치는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QT가 아직 완전한 궤도에 오르지 않았고 어닝 기대치가 꽤 높아 시장은 계속해서 더 하락할 수 있는 변동성에 노출돼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요.
물론 JP모건의 두브라코프 라코스 주식 거시 리서치 글로벌 헤드는 “우리의 연말 S&P500 전망치는 4900”이라며 목표를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날 나온 5월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6.1로 전달(55.4%)보다 높아지기도 했는데요. 약세장 속에서도 가치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매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적지 않습니다. 정확히 바닥에 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쉽지 않은 만큼 그 언저리에서 사는 것이 전략이라는 건데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결국 지표를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1차로는 3일에 나올 5월 고용보고서가 중요한데요. 전문가들은 32만5000개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4월(42만8000개)보다 줄어든 겁니다. 고용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금리인상과 관계돼 있기 때문인데요.
고용이 생각보다 너무 줄게 되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히 커지게 됩니다. 금리인상은 경기를 둔화시켜 일자리를 줄이는데요. 안 그래도 인플레이션이 높아 더 강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고용이 견디지 못하면 전체적인 그림이 완전히 꼬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용이 생각보다 더 탄탄하면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10일에 나올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핵심 자료인데요. 5월에도 계속해서 물가가 누그러진다는 신호가 나오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겠지만 문제는 완화 폭입니다. 생각보다 덜 떨어지거나 일부 항목에서 나빠지는 기미가 보인다면 부담이 커지겠죠.
CNBC는 변동성이 큰 지금 상황에서는 “인내심을 가져라(Be patient)”라는 조언을 했는데요. 결코 쉽지 않지만 하루하루의 상황이나 단기적인 움직임보다 큰 흐름을 보면서 대응해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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