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015760)이 최대 5억 달러(한화 약 6258억 원) 규모 외화채 발행을 추진한다. 1분기에만 8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면서 운영자금 확보가 시급해진 탓이다. 한전의 차입금 규모는 4월 말 기준 이미 51조 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최대 5억 달러 규모 외화채 발행을 앞두고 지난 1일부터 글로벌 투자 수요 확보에 나섰다. 만기는 3년과 5년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중 하나인 녹색채권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 JP모건, 미즈호증권, SC은행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5조 90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1분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7조 8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환경 규제 준수 비용이 증가한 가운데 발전 자회사를 통한 발전 비용과 민자 발전사로부터 전력 구매 비용 등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해 올해 적자 폭이 3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올해 국내에서만 15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4월 말 기준 한전의 차입금 규모는 51조 5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39조 원 대비 크게 늘었다. 발행량이 급증하면서 투자 수요 확보가 어려워지자 지난 4월에는 2000억 원 모집에 700억 원 어치가 미매각되기도 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수급 부담이 커지면서 만기를 줄이고 금리를 높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왔으나 녹록지 않았을 것"이라며 "올해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료 인상 등 현실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미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전의 독자 신용도를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낮춘 상태다.
다만 이번 외화채 수요는 확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이 국내 유일의 전기 송·배전 서비스 공급자인 만큼 우리나라 정부 보증을 받아 'AA' 신용도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 담당자는 "한국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은 아시아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자산으로 평가된다"며 "최근 외화채 발행에 나선 신용보증기금과 수자원공사, 중부발전 등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을 감안하면 한전채를 찾는 글로벌 투자 수요도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