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메디컬 인사이드] "위내시경에 AI 딥러닝 기술 접목…위암 정복 머지 않았다"

■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내시경 분석 SW '웨이메드 엔도'

올 열린 CES서 헬스&웰니스 혁신상

검사동안 융기·함몰 부위도 알려줘

딥러닝 방식 적용 조기 위암 진단

보급땐 의사 치료결정 큰도움 될것

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AI가 부착된 위내시경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AI가 부착된 위내시경으로 검사를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숙련된 의사는 위내시경에서 관찰되는 위암의 모양을 보는 것만으로 침범 깊이를 예측할 수 있어요. 딥러닝 학습을 거친 인공지능(AI) 부착 위내시경은 숙련된 의사 수준의 예측력을 갖는데 이 기능이 보편화하면 전 세계적으로 위암 조기 진단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2일 서울경제와 만나 "AI와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혁신적인 연구 아이디어가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는 기간이 단축되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AI 내시경 영상분석 소프트웨어 ‘웨이메드 엔도(WAYMED endo)’로 헬스앤드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2019년 국내 스타트업 웨이센이 AI 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든 직후부터 공동 연구를 이어오며 이뤄낸 결실이다. 김 교수는 "CES에서 내시경 영상분석 소프트웨어가 혁신상으로 선정된 첫 사례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며 "조기 위암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의료기술이 아무리 발달했더라도 이러한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소개했다.

웨이메드 엔도는 AI 기반으로 대장 또는 위내시경 검사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영상을 분석하는 솔루션이다. 딥러닝 방식을 통해 대장, 위 내시경 영상과 동영상을 학습한 AI 엔진을 탑재한다. 내시경 검사가 이뤄지는 동안 실시간으로 융기, 함몰과 같은 소화기 내 이상 부위를 감지하고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많게는 하루 수십명의 위내시경을 하는 김 교수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인터넷 연결없이도 사용이 가능하고, 기존 내시경 장비 브랜드와 상관없이 연동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점이 특징이다.

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위암 진단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위암 진단 분야에서 AI를 활용할 때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 신규 환자는 2만 9493명이다. 갑상선암(3만 676명), 폐암(2만 9960명)에 이어 3번째로 발생률이 높다. 덜어먹는 식문화 확산으로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낮아지고, 내시경 검진이 보편화하면서 암 발병 전 단계에 위장질환을 치료하는 빈도가 높아져 최근 10년새 발생률이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높은 발병률은 한국을 세계적인 위암 치료 강국으로 만들었다. 2015∼2019년 위암의 5년 생존율은 77.5%로, 최근 최근 5년간 생존율이 가장 많이 올랐다. 위암 환자 10명 중 8명은 5년 이상 생존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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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위암 환자가 많은 한국은 마흔 살이 넘으면 국강건강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2년에 한 번 위내시경검사를 받을 수 있다"며 "검진율이 증가하고 조기 위암 발견율이 높아지면서 생존율이 크게 향상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경우 수술적 치료 없이 내시경 절제술만으로도 용종을 떼어내듯 간단하게 완치가 가능하다. 대장내시경검사 중 용종을 떼어내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위를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고 삶의 질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검사와 동시에 치료가 가능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수술을 시행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보험 재정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절감하는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암을 진단받고 괴로워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마주할 때마다 '암정복'이란 세 글자를 되뇌이곤 한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하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김 교수가 기회를 찾은 건 몇년 전 우연히 참석한 AI 전문 업체의 설명회 현장에서였다. 임상 현장에서는 종양세포의 '침범 깊이'에 따라 내시경 절제술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종양세포가 위벽의 첫 번째 층까지만 침범한 경우가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는 기준이다. 이 때 초음파내시경으로 위벽을 스캐닝하고 암세포가 어느 층까지 퍼졌을지 예측하는데, 시술자에 따라 편차가 컸다. 김 교수는 "숙련된 의사는 위내시경만으로 초음파내시경보다 정확한 침범 깊이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들도 많다"며 "설명회를 듣던 중 내시경 영상에 AI를 접목해 숙련된 의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조기 위암 진단에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스쳤다"고 회고했다.

웨이메드 엔도가 혁신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또다른 비결은 머신러닝이 아닌 딥러닝 방식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머신러닝이 수학적 알고리즘 개념이라면 딥러닝은 일반적인 뇌구조 같은 신경망을 활용한다. 딥러닝의 신경망 구조에 대량의 내시경 영상을 학습시켜 숙련된 의사 혹은 그 이상으로 종양세포의 위벽 침범깊이를 예측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더욱 정교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다. 김 교수는 "환자들 중에는 수술과 내시경 절제술의 기로에 서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시행할지 결정할 때 특히 유용하다"며 최근에는 침범 깊이 외에도 암의 특성을 예측할 수 있는 다양한 인자들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웨이메드 엔도는 현재 허가 임상이 진행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3등급 허가를 받으면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탓에 병의원에 보급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위암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분야다. AI 부착 내시경이 세계적인 권위의 CES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으면서 해외 진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한다"며 "혁신기술과 산학 협력을 통해 이뤄진 결과물이 하루빨리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가 새로 시작한 ‘메디컬 인사이드’ 코너는 보건·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의료진과 병의원의 활약상을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임상연구·개발과 진료 등의 영역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진과 만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 다양한 진료과와 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선도하는 센터를 직접 찾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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