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걸려온 새벽 전화에 놀라/ 정신없이 달려갔을 땐, 이미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던/ 그 새벽 아내와의 이별”
급작스럽게 아내를 떠나보낸 시간을 시인인 남편은 ‘따뜻한 이별’이라는 제목의 시로 남겼다. 아내의 부재는 겨울이 깊어져도 바뀔 줄 모르는 여름 이불에서, 단추가 떨어진 와이셔츠 소매에서, 김치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도마에서 느껴진다. 혼자 남은 시간을 견디기 위해 삶 속 아내의 흔적들을 시로 쓰고, 모은 박상천의 시집 ‘그녀를 그리다’가 출간됐다. 시를 쓰는 동안 시인은 아내의 웃음 뿐만 아니라 도란거리는 말소리, 술 적게 마시라는 잔소리까지도 자신을 충전시키는 ‘전원’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박 시인은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고, 한양대 국문화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