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아그라' 아성 무너뜨린 'K제네릭' 파워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특허만료후 저렴한 복제약 쏟아져

한미약품 팔팔정 단숨에 선두 꿰차

종근당 '센돔정'도 매출 2위에 올라





최근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죠. 지난 28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박찬욱 감독에 이어 송강호 배우까지, 한국 영화인의 이름이 두 번이나 호명되며 국민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줬습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K 콘텐츠의 가능성을 재차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해외 제품이 매출 상위권을 독식하다시피 하는 의약품 시장에서도 드물게 국산 브랜드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해피드럭'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입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비단 의료 전문가가 아니라도 대중에게 잘 알려진 대표 제품이 있습니다. 바로 '비아그라'입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지난 1998년 '비아그라'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고 전 세계에 판매하면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비아그라 발매 후 1년만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업계 1위 기업으로 떠올랐다고 해요. 파란 색상에 사다리꼴 모양을 띤 알약 생김새로 인해 '블루 다이아몬드'라는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입니다.



비아그라의 성분인 실데나필은 음경 해면체에 분포하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5(PDE-5)' 효소의 작용을 억제합니다. 동맥 확장을 통해 음경으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켜 발기부전 증상을 치료하는 원리인데요, 본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심장 동맥보다 성기 동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화이자 입장에선 예기치 못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소위 대박을 터뜨린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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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비아그라'의 기세가 예전같지 않습니다. 2012년 한해 동안 20억 5100만 달러(약 2조 5000억 원)에 달했던 '비아그라'의 글로벌 매출은 2019년 4억 97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불과 7년만에 매출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죠. 국내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의 통계 자료를 통해 국내 판매 중인 주요 발기부전 치료제의 매출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비아그라' 매출은 88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비아그라는 지난 1999년 10월 국내 출시된 이래 13년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선두를 지켰습니다. 전성기 때는 한해 3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으니 아쉬운 판매성적입니다. 비아그라는 2012년 5월 말 특허가 만료되고 저렴한 가격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수십종이 쏟아져 나오면서 매출이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매출 1위 자리도 내주고 말았죠.

그렇다면 '비아그라'를 제치고 당당히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선두자리를 차지한 제품은 무엇일까요. 한미약품(128940)의 '팔팔정'입니다. '비아그라' 특허만료 직후인 2012년 5월에 출시된 국산 제네릭 제품 '팔팔'은 7개월 동안 223억 원어치 팔리면서 단숨에 시장 3위를 꿰찼습니다. 코로나19로 의약품 시장이 다소 침체됐던 지난해에도 20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죠. 전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팔팔'의 점유율은 17%가 넘습니다. 단순 비율로만 따진다면국내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매한 사람 5명 중 1명 꼴로 '팔팔'을 복용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흥미로운 건 발기부전 치료제 매출 2, 3위 제품도 국내 기업이 개발한 제네릭이라는 겁니다. 종근당(185750)이 개발한 '센돔정'이 108억 원의 매출로 2위, 한미약품의 또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구구정'이 91억 원으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타다라필 성분의 센돔과 구구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제네릭제품입니다. '비아그라'에 이어 '시알리스'도 특허가 만료되자 국산 제네릭 제품들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겁니다. 2015년 8월에 특허가 만료된 '시알리스'의 지난해 매출은 60억 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국내 제품들이 인기를 끈 데는 효능효과와 안전성이 동일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외에도 작명 센스가 한몫 했다고 해요. 한미약품은 '팔팔'이 출시 첫 달만에 오리지널 처방량을 뛰어넘으며 인기를 끌자 후속제품에 '구구'라는 이름을 붙였는데요, 이후 '99세까지 팔팔하게'라는 메시지로 마케팅을 펼치면서 한층 인기가 높아졌다는 후문입니다.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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