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으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를 꽃 피우기는 힘든 실정입니다. 우선 미국·유럽·일본·중국이 했듯이 정부가 과감한 투자와 기술이전을 통해 다수의 민간 기업을 육성하는 미드 스페이스가 필요합니다.”
권병현 LIG넥스원 부사장이 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출연연구원은 위성 기술 등을 기업에 이전하고 기술적 위험이 큰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미드 스페이스 체계를 구축하면 국방우주 분야에서도 5년 내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페이스X가 선제적으로 뉴 스페이스를 열고 있는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 많은 분야의 기술을 이전하고 특정 사업을 맡기면서 역량을 키우도록 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국방 사업을 하며 쌓아놓은 실력을 위성에 접목하기 위해서는 출연연 기술을 받아 자립할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우주기업들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출연연의 연구개발(R&D) 과제에만 참여하기보다는 미국 스페이스X처럼 아예 특정 사업을 맡는 방식으로 바꿔 나가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다수의 위성과 우주사업을 출연연 주관으로 하며 올드 스페이스에 머물렀다는 평을 듣는다. 더욱이 사업 체계와 구성품 대부분을 이미 뉴 스페이스 단계에 진입한 해외에서 도입해 개발했다. 여기에 부분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참여해 기술을 습득하며 일부 국산화를 시도해왔다. 그는 “우주기업들은 출연연의 의뢰를 받아 생산을 하면서 해외 선도 기업과 기술 협업을 꾀해왔다”며 “출연연이 대·중견·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면서 같이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사장은 “그동안 회사가 드론과 감시 정찰위성을 많이 해와 그 기술을 엮어 초소형 초정밀영상레이더(SAR) 위성 탑재체에 들어가고 있다. 장기간 시험·품질·비행 모델을 만들어왔다”며 “현재 프랑스 탈레스와 독일의 에어버스 등 해외 업체들과 협업하고 있다. 미국은 정부 정책상 위성 기술이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초소형 위성 서비스사와 접촉했더니 기술 판매에만 관심을 갖더라”며 “하지만 회사가 SAR 탑재체나 미사일을 많이 해 해외 우주기업과도 협력을 늘릴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 탑재체의 경우 비행 모델과 핵심 구성품인 안테나에서 가격경쟁력이 있어 5년 이내 수출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핵심 구성품을 국산화하면서 협력사들과 가격경쟁력도 높이고 있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수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 LIG넥스원은 10월 발사가 예정된 다목적실용위성 6호의 장비 국산화에 기여했고 2035년 완료되는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에 탑재되는 SAR를 비롯, 군 위성통신 단말기, 전자광학(EO), 적외선센서(IR) 등을 개발하며 국방우주 기술력을 축적해왔다.
권 부사장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로 러시아 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반격을 할 수 있었다”며 “한반도에서도 24시간 감시가 가능한 감시 정찰위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항공우주청이 신설되면 국방우주 강화를 위해서도 우주 산업 인프라 조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