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6·1지방선거에서 4선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1년간이 더불어민주당과의 불편한 동거 속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였다면 이번 임기는 윤석열 정부 및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한 자치구, 서울시의회와 발맞춰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재개발·재건축 등 주요 정비 사업 활성화다. 이를 통해 임기 내 250만 가구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윤 정부의 국정과제를 최일선에서 보조할 방침이다. 오 시장은 민간 정비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비 구역 지정 기간을 5년 이상에서 2년으로 단축하는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도입, 현재 서울 53개 구역에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도입 이후 현재까지 재건축·재개발 각 1곳씩만 정비 구역 지정이 완료돼 예상보다 진행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앞으로는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신통기획 주요 대상지인 압구정 2·3·4·5구역 및 여의도 시범, 송파구 장미·한양 2차는 설계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강변 35층 룰 폐지와 용적률 규제 완화를 명시한 ‘2040서울도시기본계획’도 올해 말 정식 고시되면 압구정 등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신통기획을 통해 지상 최고 60층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신통기획 대상지로 지정됐던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철회를 검토하는 등 잡음이 나오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최근 공모 절차를 끝낸 모아타운과 상생주택도 조만간 최종 후보지를 선정해 관리계획 수립 용역 등 후속 절차에 돌입하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표 주택 공급 정책 중 하나인 ‘역세권시프트’ 사업도 제도 개선 작업 중이다. 공약 사항이었던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도 도입된다. 오 시장은 주거 면적을 1.5배로 넓히고 3~4인 가구를 위한 전용면적 60㎡ 이상 중형 주택 공급을 늘리고 민간 분양 아파트 못지 않게 고급 자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르네상스 시즌2’도 이번 임기 내 본격화한다. 서울시는 지난달 한강변 공간 구상 용역 입찰 공고를 내면서 오 시장이 민선 4·5기 때 추진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재시작을 알렸다. 서울시는 지난해 수변 중심 도시 공간 구조 개편을 통해 수변 공간을 새로운 활력 거점으로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비전2030’을 발표한 바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도 조만간 가이드라인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재건축 사업 활성화를 위해 약속했던 목동·상계동 등의 안전 진단 규제 완화는 답보 상태다. 토지거래 허가 구역 연장에 따른 소유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토지거래 허가 구역 제도의 연착륙 내지 출구전략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 안전 진단 규제 완화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서울시의회 과반을 국민의힘이 차지하는 등 서울시 자체적으로 공급 확대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