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의 피고인 이은해(31)·조현수(30)씨의 첫 재판이 열린 3일 피해자 유족이 법원을 찾아 울먹이면서 이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피해자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의 누나 A씨는 이날 오전 재판이 진행된 인천지법에서 취재진과 만나 “오랫동안 기다리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다”며 “3년간 받았던 고통을 이은해와 조현수가 저희와 똑같이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A씨의 남편 B씨도 “(이날 재판에서 공개된 공소사실은) 예전에 봤던 정보와 자료들인데 또 한 번 똑같이 보니까 가슴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그러면서 “(범행은) 이씨와 조씨 등 2명이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조직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부분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명확히 나왔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이씨와 조씨가) 입장할 때 고개도 숙이지 않고 반성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첫 재판은 시작 전부터 취재진과 방청객들로 북적였다.
전날 인천지법 정문에는 피해자인 윤씨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가평 계곡 사건 네티즌 수사대 일동’ 명의로 도착하기도 했다. 법원 경비실 옆으로 옮겨진 근조화환에는 ‘윤○○님을 추모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유튜버들도 현장 상황을 촬영했다. 인천지법에는 이씨 등의 엄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탄원서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
법정에 방청 희망자들이 몰리면서 앉을 자리가 부족하자 일부 방청객은 선 채로 재판을 지켜봤다. 이씨 등과 같은 법정에서 재판 일정이 잡힌 다른 사건의 피고인이나 변호인은 붐비는 법정 밖으로 나와서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다.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조씨는 앞서 사선변호인 2명을 공동 선임했고, 이들 중 1명만 법정에 출석했다.
변호인은 “아직 공소장 내용밖에 받지 못했고 증거자료를 받아서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며 “검찰에서 1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복사해서 준다고 해서 자료를 살펴보고 (2차 공판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혐의 인정 여부에 관한 의견을 밝힐 수 없다”며 “(기록을 본 뒤) 다음 재판 때 의견을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부장판사가 “(1심) 구속기간도 정해져 있으니 최대한 빨리해 달라”고 하자 검찰은 “증거기록 분리를 완료했다”며 “열람·등사를 신청하면 오늘이라도 바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각각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이씨와 조씨는 이름과 생년월일 등을 확인하는 재판장의 인정 신문에 비교적 담담하게 답했다.
이 부장판사가 “공소장에는 무직으로 돼 있다”며 직업을 확인하자 이씨는 “네. 맞습니다”라고 했다. 조씨도 “택배업이 맞느냐”는 물음에 “네”고 답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법정에서 공소사실만 밝히고 20여 분만에 끝났으며 다음 재판은 이달 30일 오후 2시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와 조씨는 작년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달 16일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