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 Why]OPEC+ 증산 합의에도 유가 상승…“100만 배럴 주는데 20만 배럴론 역부족”

7·8월 43만→64.8만 배럴

기존 증산분서 50% 확대에도

"공급부족 지속" 유가 상승세

"170弗대까지 갈 것" 전망도

수요 증가로 美 재고량도 급감

'이란 등판해야 가격안정'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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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들의 증산 소식도 유가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증산에 회의적이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원유 생산을 50%가량 늘리기로 했지만 원유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에서는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이나 자연스러운 수요 감소가 없는 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동한 OPEC+ 산유국 석유장관들은 7~8월의 원유 증산분을 종전의 43만 2000배럴에서 64만 8000배럴로 50%가량 늘리기로 합의했다. 앞서 OPEC+는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급감했던 2020년 4월 회의에서 전체 원유 생산량을 매달 하루 580만~970만 배럴 감축하기로 했다. 이후 원유 시장이 코로나19 초반의 급락세에서 벗어나자 OPEC+는 지난해 7월 기존 감축 계획을 계속 추진하되 월별 생산량을 43만 2000배럴 늘리는(증산) 방식으로 감산 폭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존 방침보다 증산 규모를 20만 배럴 정도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산유국들은 이날 성명에서 "원유와 정제 제품 모두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사우디의 태세 전환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지금껏 서방의 원유 증산 요구를 거부해왔으나 관계가 소원했던 미국이 몇 차례에 걸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데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사우디를 방문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국 관계가 풀어지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 호전에 대한 외교가의 기대와 달리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이날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40% 오른 배럴당 116.87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며 브렌트유도 1.14% 오른 117.61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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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원유 부족분을 메우기에는 이번 증산량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어든 러시아산 원유 공급량은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OPEC+가 7~8월에 하루 20만여 배럴을 추가 증산해도 공급 부족분의 5분의 1 정도밖에 채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 내 원유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점도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5월 넷째 주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506만 8000배럴 줄었다. 직전 주 감소분이 102만 배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재고 소진 속도가 가팔라졌다. 씨티그룹은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도를 더하는 와중에 중국의 봉쇄 완화와 세계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원유와 휘발유 수요가 늘고 있다”며 증산 효과보다 유가 불안 요인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산유국들의 증산 여력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 중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가 각각 하루 116만, 107만 배럴의 생산 여력을 가졌을 뿐 콩고나 알제리·앙골라 등 나머지 국가의 경우 하루 수만 배럴에 불과하다. 데미안 쿼발린 골드만삭스 분석가는 “증산할 수 없는 러시아 외에 대다수 국가들이 기존 증산 목표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씨티그룹은 OPEC+의 실제 증산량이 사우디와 UAE·쿠웨이트·이라크에서 하루 총 13만 2000배럴 수준에 그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월가에서는 국제 유가가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올 하반기 브렌트유 가격을 씨티은행은 배럴당 125달러, ING그룹은 122달러로 각각 전망했다. 전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175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외교적 해법이다. 서방으로부터 원유 수출에 제약을 받는 이란과 핵 협상을 마무리해 이란을 원유 공급처로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페레이둔 페샤라키 팩트글로벌에너지(FGE) 회장은 블룸버그TV에 “이란이 참여하지 않는 한 원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이란이 공급에 합류한다면 유가가 즉시 10~15달러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하루 증산 여력은 125만 배럴로 OPEC 국가 가운데 가장 크다.

원유 가격을 낮출 방법은 역설적으로 가격이 너무 올라 휘발유 수요가 줄어드는 것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털알파의 프레드릭 로런스 파트너는 “시장의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밸브가 수요 파괴뿐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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