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선거 연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3월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득표율 2.37%에 그친 데 이어 6·1 지방선거에서 원외 정당인 진보당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는 등 심각한 지지층 이탈 위기를 겪고 있다.
정의당은 1일 치러진 지방선거에 광역단체장 7명을 포함해 총 191명의 후보를 냈지만 광역의원 2명, 기초의원 7명 등 9명이 당선되는 데 그쳤다. 37명의 광역·기초의원을 당선시켰던 4년 전 지선 성적의 4분의 1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당의 얼굴 역할을 해온 여영국 대표와 이정미 전 대표가 각각 경남지사와 인천시장에 도전했지만 각각 득표율이 5%를 밑돌았다. 지역 내 제2정당의 지위를 갖고 있던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에서는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에 비례대표 득표율에서 밀리기도 했다. 반면 한층 급진적 정당으로 평가받는 진보당은 이번 지선에서 울산 동구청장에 당선된 김종훈 전 의원을 비롯해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 등 총 21명을 당선시켜 정의당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켰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까지만 해도 정의당은 짧은 황금기를 구가했다. 제19대 대선에서 정의당을 대표해 나선 심 후보가 6.2%라는 득표율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정의당의 정당 지지율은 10%를 넘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뛰어넘었을 정도였다.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및 기무사 정치 개입 의혹 등 쟁점마다 이슈를 견인하며 원내 존재감을 높인 결과였다.
그러나 심 후보와 더불어 당내 투톱으로 활약했던 노회찬 전 원내대표가 2018년 7월 사망한 후 정의당의 리더십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대 국회 후반 정치·사법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른바 ‘조국 사태’ 때도 오락가락 행보로 보수와 진보 유권자 모두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21대 총선에서 6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현상 유지에는 성공했지만 의원 개개인의 존재감은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잇단 성 비위 파문으로 도덕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오랫동안 계속된 심상정 대표 중심 체제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면서 당원은 물론 당직자들까지 당을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정의당 지도부는 2일 지선 결과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여영국 전 대표는 “진보 정당을 처음 시작하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8일 시도당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논의에 들어간다. 비대위원장으로는 이 전 대표와 함께 당내 청년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정의당의 전당대회 격인 당직선거를 8월 중으로 앞당겨 지도부 공백 사태 장기화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