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유통 맞수로 꼽히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지난달 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유통 공룡들인 만큼 투자금액도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 5년간 롯데는 유통 부분에 8조1000억 원을, 신세계그룹은 2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두 그룹 모두 투자의 핵심은 오프라인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되고 리오프닝(경재 활동 재개)으로 고용 창출 효과를 내겠다는 구상이죠. 롯데백화점은 복합 쇼핑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과 잠실점 등을 리뉴얼하기로 했습니다. 또 롯데마트는 1조 원을 투자해 와인 전문 매장 ‘보틀 벙커’ 같은 특화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죠.
신세계그룹 역시 오프라인 사업에만 투자금의 절반 이상인 11조 원을 쏟기로 했습니다. 그중 신규 출점과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3조 90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마트 트레이더스 출점과 기존 점포 리뉴얼에 1조 원을, 스타필드 수원·창원·청라에도 2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투자 비중에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불과 몇 년 전 “온·오프라인의 경계는 허물어졌다”며 변화를 예고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잘 보이지 않죠. 특히 롯데의 경우에는 온라인 부문에서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신세계그룹이 물류 경쟁력 확대를 위한 물류센터 확대와 시스템 개발 등에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것과 상반되죠.
2020년 4월 롯데는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을 론칭하면서 “2023년 거래액 20조 원,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 후 만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롯데는 여전히 온라인 부분에서만큼은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2조 4105억 원의 연간 거래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2% 성장했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2023년 거래액 20조 원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기에 지난해 연간 매출 1080억 원, 영업적자 1560억 원을 기록했죠.
월 활성이용자 수(MAU)도 아쉽기만 합니다. 2020년 10월 96만여 명에서 2022년 4월 178만여 명으로 2배 가까이 늘긴 했으나, 같은 기간 쿠팡의 MAU가 2022만여 명에서 2732만여 명으로 7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추가 확보한 것과 확연히 비교됩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MAU는 쿠팡의 5% 수준에 불과한 거죠.
신세계그룹도 e커머스 경쟁력을 낙관적으로 보기만은 어렵습니다. SSG닷컴의 MAU는 2020년 10월 145만여 명에서 2022년 4월 231만여 명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올 하반기를 목표로 했던 기업공개(IPO)는 최근 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며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롯데온과 마찬가지로 SSG닷컴 역시 지난해 흑자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마트의 PP(피킹·패킹)센터와 물류센터 확대 등에 자금 투자기 이어진 영향이 컸죠. 그 때문에 지난해 SSG닷컴의 영업적자는 1079억 원으로, 2019년 819억원, 2020년 469억원으로 줄어들다가 다시 확대됐습니다.
e커머스 플랫폼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난 2년간 시장은 이들의 적자를 일부 용인해왔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 적자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평가였죠. 하지만 시장이 언제까지 이들의 적자 상황을 기다려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동안 유통 업계에서는 대규모 물류 투자를 단행하며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던 쿠팡을 향해 ‘언제까지 그런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겠느냐’며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쿠팡은 보란 듯이 역대 최대 매출, 최소 적자를 기록하며 ‘흑자 경영’에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코로나19 확산했던 지난 2년 우리는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경험했습니다. 오프라인이 다시 활성화한다고 하더라도 편리함을 맞본 이상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법입니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을 다시 찾는 이유도 이제는 먹거리나 생필품을 사기 위함보다는 여러 콘텐츠를 체험하거나 경험하기 위함에 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제시한 오프라인 투자의 방향성도 이와 맞닿아 있죠.
공룡의 위엄은 더 이상 오프라인에만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변한 만큼 유통 공룡도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하죠. 디지털 혁신, 온라인 전환이 어디쯤 와 있는지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백주원의 리셀(Resell)’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유통 업계의 이야기를 알기 쉽게 쏙쏙 재정리해 보여드리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