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줄지 않은 러시아 석탄 수입량…공급중단 땐 ‘블랙아웃’ 올 수도

◆러시아發 한여름 에너지대란 우려

작년 750만톤 들여온 발전공기업

올들어 벌써 310만톤 수입 ‘비상등’

EU 8월부터 러産 석탄 금수 조치

러, 선제적 수출 중단도 배제 못해

“원전 이용률 확대 등 적극 대응을”


발전 공기업 5개사의 러시아 석탄 수입량이 지난해에 비해 전혀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대(對)러시아 제재안을 승인한 가운데 러시아가 선제적으로 석탄 공급을 중단하는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한여름 전력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남부발전·서부발전·남동발전·중부발전·동서발전 등 발전 공기업 5개사는 올 들어 4월까지 러시아산 석탄 310만 톤을 수입했다. 지난 한 해 러시아산 석탄 수입량이 750만 톤인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산 석탄 수입량이 올 들어서도 전혀 줄지 않은 것이다. 다만 지난해 러시아산 석탄 128만 톤을 수입한 남부발전은 올해 러시아산 석탄을 전혀 수입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호주에 이어 우리 전체 석탄 수입량의 16.5%(지질연구원, 2021년 기준)를 차지하는 2위 수입 국가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가격 급등세에 올 들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액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4월까지 발전 공기업 5개사의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액은 6억 1350만 달러로 지난 한 해 7억 3490만 달러의 84%에 달했다. 석탄 발전의 발전단가가 낮아 기저 전원으로 활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산 석탄 수입 금액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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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 공기업들은 현재 러시아산 석탄 수입은 장기 계약 물량만 들여오고 있으며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러시아와 EU 간 ‘에너지 전쟁’이 본격화하며 러시아가 석탄 수출을 언제 중단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것이다. EU는 앞서 4월 러시아산 석탄 금수 조치를 담은 대러 제재안을 승인했다. 금수 조치는 8월 초부터 발효된다.

러시아가 보복 조치로 EU의 금수 조치가 발효되는 8월 이전 석탄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 경우 주로 유럽 중개 업체를 통해 러시아산 석탄을 들여오는 우리나라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 한국 등 비우호 국가에 원자재 수출을 금지하는 대통령령까지 마련했다. 러시아는 앞서 1일(현지 시간)부터 독일과 덴마크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전날 네덜란드 공급 중단에 이은 조치다. 폴란드·불가리아·핀란드도 러시아 가스 공급이 끊겼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러시아가 지금 당장 우리에게 석탄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경우 여름철 전력 대란과 ‘블랙아웃’ 공포가 현실화할 수 있다. 라니냐로 인한 가뭄과 이상 폭염, 이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이 이어질 경우 전례 없는 블랙아웃이 빚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3개월 전망에 따르면 이번 달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확률과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였으며 7월과 8월은 평년 기온을 웃돌 확률이 50%, 비슷할 확률이 30%였다.

이미 유연탄 가격은 치솟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전력용 연료탄은 톤당 436.07달러(호주 뉴캐슬, 현물 기준)를 기록해 역대 최고 수입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 21일 톤당 104.5달러와 비교하면 4배 이상 오른 수준이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이대로라면 석탄 발전이 가장 비싼 연료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단가를 추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유연탄과 LNG의 연료비 단가 차이는 지난달 44원 49전까지 좁혀졌다. 1월(78원 76전) 대비 44% 줄어들었다.

‘러시아 석탄’발 에너지 위기에도 우리의 대응 카드는 제한적이다. 유 교수는 “탄소 중립에 앞장섰던 독일 등 전 세계에서 석탄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지금은 비싸더라도 우선 한여름 폭염을 대비해 석탄을 확보해야 하고 10월로 예정된 신한울 1호기 조기 가동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탄 공급 계약 이후 국내 도입까지 3개월 정도 걸리는 만큼 지금 당장 계약하지 않으면 여름철 전력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 역시 “발전 공기업의 석탄 재고량이 한 달치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석탄 확보 외에도 전기 요금 인상, 조기 경보 등 전력 위기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연탄은 국내 발전량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발전원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석탄 발전량은 19만 7966GWh로 전체 발전량의 34.3%를 차지했다. 한 의원은 “여름철 전력 대란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석탄 확보에 나서야 한다”며 “원전 이용률도 확대해 에너지 안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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