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광주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이른바 ‘윤(尹)사단’ 가운데 사직의 뜻을 밝힌 건 박 검사장이 처음이다. 박 검사장은 검찰을 떠나겠다는 자신의 뜻에 대해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 검사장은 7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이 어려운 때에 사직하게 되어 너무 죄송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미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고위직의 한 사람으로서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 있다”며 “보통사람인 저로서는 진퇴결정이 쉽지 않았고 여러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박 검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비교적 한직으로 평가받는 제주와 광주지검장으로 밀려났을 때를 언급하면서 “안팎에선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렸지만 ‘장풍파랑회유시, 직쾌운범제창해’(거친 바람 파도를 몰고 올 때에 돛대 높이 곧추 세워 창파를 헤쳐가리)를 외우며 패기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며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는 굴욕을 무릅쓸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대목도 되새겼으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기회의 순간, 기억의 공감으로 삼겠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다”고 전했다.
이어 “검사로 재직하는 동안은 물론 사직할 때에도 명예를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또한 망설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오랜시간 인내한 결과 감사하게도 명예가 회복되는 기회가 와서 매우 기쁘고 마음이 가벼워졌다. 원래 저는 자리보다 일을 중시했고, 명예가 회복된 지금이 검사직을 내려놓을 때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정치권의 잣대로 여러 갈래로 분열되는 점에 대해서도 괴로움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에 우리 사회에 정치적 진영논리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켜 법치가 무너져가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 우리의 순수성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을 보면서 너무 괴로웠다”며 “검찰 내부의 동료간 믿음과 화합마저 예전과 같지 않아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상황에 이르러서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렇게 돼선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했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검수완박 등 최근 일방적으로 진행된 형사사법제도 변경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간절히 희망해 본다”고 부연했다.
박 검사장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을 묻고, 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을중단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며 “소통과 단결을 강화하고, 검찰이 스스로 중단없는 개혁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정치적 중립과 독립을 확보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로서 받은 은혜가 너무 커 제게 무엇인가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지금 그 나머지 허락받은 것을 돌려드리고 싶다”며 “주제넘지만 제 사직이 다른 의미로 해석되거나 또 다른 이야기꺼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가당치 않은 걱정과 그렇게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