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13일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를 위한 2차 정책 간담회를 열고 암호화폐 업계 자율 규제 방안을 논의해 확정할 방침이다.
한국산 암호화폐인 루나의 폭락 사태에도 암호화폐 거래소가 상장폐지 기준을 제각각 설정해 투자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에 당정이 나선 것이다. 코인 거래소 업계는 자율 규제 방안이 확정되면 상장폐지 기준을 공통으로 만들어 투자자의 입출금을 단속할 방침이다.
7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간담회는 5월 24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와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개최한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 보호 대책 긴급 점검’ 당정 간담회의 연장선이다. 당시 간담회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 등 감독 기관과 국내 암호화폐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대표 등이 참석했다.
2차 간담회에서는 국내 거래소들의 암호화폐 상장 및 상장폐지(거래 지원 종료)에 대한 자율 규약 초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여당은 3일 국회에서 5대 거래소 대표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성일종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정책위실 주도로 자율 규제안 초안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도 “코인 거래소 업계가 최근 비공개 간담회에서 자율 규제 방안을 가져왔다”면서 “이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되 추가로 뭘 짚어야 할지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 제출한 자율 규제 방안에는 상장폐지, 거래 중지 등 코인 거래소 공동 대응 방안이 담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거래소들이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규제 방안을 만들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번에 당정이 마련하는 업계 공동 규제 방안은 ‘루나·테라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코인 가격이 폭락하는 데도 유의 종목 지정, 거래 중지, 입출금 중단 등 거래소들의 대응책이 각각 달라 투자자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이석우 대표는 첫 번째 암호화폐 당정 간담회에서 “주요 거래소와 협업 체계를 논의해 유사한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공동으로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제 움직임에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지나친 규제라는 불만도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업계가 자율 규제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여당과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