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장관들, 과외선생 붙여서라도 반도체 공부하라”

[국무회의서 반도체 특강]

반도체 이해·전략 가치 주제로

이종호 과기장관 20분간 강연

기술·인재 확보 지원 방안 놓고

국무위원들 간 토론도 이어져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대통령실




“앞으로 갈등을 풀고 도약·성장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는 과학기술밖에 없습니다. (과학기술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국무회의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반도체 특강’이 끝난 뒤 국무위원들에게 숙제를 냈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모두는 첨단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반도체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과외 선생을 붙여서라도 공부해오라”고 지시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국가의 경제안보와 직결된 반도체·배터리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해 앞으로 대대적인 지원 및 육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부터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해 ‘우리 경제의 근간’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지금의 경쟁력을 향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무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반도체 강연’이 진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주요 정부 수반들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등 대통령실 참모진이 전원 참석한 자리였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장관에게 강연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반도체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 가치’를 주제로 약 20분간 강연했다. 반도체에 익숙하지 않은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이었기 때문에 반도체의 기본 정의와 시장 규모, 국내 기술 수준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장관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연구실에서 직접 사용하던 반도체 웨이퍼와 포토마스크 등 시각 자료도 직접 챙겼다. 국무위원들을 위한 ‘족집게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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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이후에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 및 인재 확보 지원 방안, 글로벌 반도체 협력 전략, 국가 역량 결집을 위한 민관 협력 방안 등을 놓고 국무위원들 간 토론도 이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회의를 내실화하고 실질화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부터 반도체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해 5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은 “반도체를 배우고 싶다”며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았다. 당시 윤 대통령에게 2시간가량 반도체 산업 전반에 대해 1 대 1 과외를 해준 사람이 연구소장을 맡고 있었던 이 장관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는 유세를 하며, 당선인 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의를 이끌며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강조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방한했을 때는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함께 찾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강연이 끝난 후 강연 내용을 요약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평택을 가장 먼저 방문한 것은 대한민국을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이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인재 육성’을 반도체 산업 성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의 위상이 경제·산업 자산을 넘어 ‘안보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반도체 산업 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분야에서 올해부터 2030년까지 필요한 인력은 약 1만 5000명에 달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약 3만 명이 부족하다고 내다봤다. 윤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해야 한다. 인재 양성이 가장 절박하다”는 강경한 발언을 이어간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교육부를 콕 짚으며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교육부가 스스로 경제 부처라고 생각해야 한다. 예전에 일하던 방식과는 달리 이제는 산업부·중소벤처기업부·과기정통부 등과 협의해서 이전 교육부가 했던 것과는 다른 기준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재 공급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반도체 인재 육성 강화 철학에 맞춰 앞으로 첨단 산업 인재 양성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미래 전략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 생태계 구축’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 지정 및 관련 학과 정원 확대 △계약학과, 산학 연계 프로그램 확대 등이 주요 내용에 담겼다.

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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