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성현 칼럼]탈(脫)세계화 시대의 경제 안보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美·中 갈등으로 자유무역 급쇠퇴하고

코로나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 가속

자원무기화 대비가 경제정책 핵심 부상

컨트롤타워·한수 위 기술력 확보 시급






‘세계화’는 경제 자유화와 더불어 21세기 초반 세계 경제를 이끌던 가장 중요한 흐름이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이러한 세계화 추세에 동참해 과감한 자본자유화 정책을 채택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각종 FTA를 체결했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세계화는 자유로운 무역이나 자본 이동을 통해 자원 및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을 이루고 모든 나라의 후생을 높이는 윈윈 정책이다. 많은 기업이 국내의 생산 네트워크를 여러 국가에 걸친 글로벌 공급망으로 확장 재편해 효율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천연자원이 없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이러한 세계화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국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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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계화 추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풀 꺾였다. 미국에서 시작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각종 파생상품의 국제 간 거래를 통해 전 세계로 순식간에 전파됐고 이에 따라 자본시장 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특히 개도국 입장에서는 자본자유화가 최선의 정책이 아닐 수 있다는 시각이 확장됐다. 무역 측면에서의 탈세계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은 미국에서 촉발됐다. 중국 경제의 급격한 성장은 미국이 주도해온 세계 경제 질서에 큰 도전으로 떠올라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에 대한 전략적 관세 인상을 단행했고 중국의 보복관세로 자유무역은 급속히 쇠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정책으로 글로벌 물류 산업은 붕괴했고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은 큰 타격을 받았다. 또한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나라에서 정치적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했고 이는 기존의 세계화에 바탕을 둔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가속화했다.

글로벌 공급망은 국제 간의 신뢰를 바탕에 두고 운영된다. 해외 자원을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받을 수 있고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효율적인 곳에서 공장을 운영해 생산된 물건을 자유롭게 자국으로 가져오거나 제3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은 붕괴됐고 효율성에 바탕을 둔 국제 간 분업 체계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됐다. 효율성뿐 아니라 안정성도 국제 공급망 구성에서 주요 고려 사항이 돼버렸다. 이러한 신뢰 붕괴는 경제 자원의 무기화로 표출됐다. 2019년 일본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무역 보복의 일환으로 3대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를 단행한 것이 그 예다. 중국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을 암암리에 시행했으며 희토류 수출 규제 등은 언제든지 시행될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 할 수 있다. 최근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제재에도 군사적 조치보다는 전략물자 수출 중단, 원유와 가스 수입 제한, 금융 차단, 외화 자산 동결 등 경제적 수단이 적용되고 있다. 또한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핑계로 많은 나라가 식량과 자원 안보를 내세우며 원자재 및 곡물 수출을 제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탈세계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따라서 경제 자원 무기화에 대비한 경제 안보가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성공적인 경제 안보를 위해서는 첫째 이를 총괄할 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경제 안보는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국방·산업 등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많은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둘째, 단기 시각이 아닌 장기적 혜안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정권 때 많은 비판을 받았던 MB 시절의 자원외교가 이제 와서 빛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셋째, 경제 안보는 건전한 국제 협력에 바탕을 둬야 한다. 국가 간의 협력은 철저한 힘의 관계이고 서로 주고받을 게 있어야 건전하게 작동한다. 줄 게 없으면 받을 것도 없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술력의 확보가 절실하다. 이번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 때 첫 번째로 찾은 곳이 삼성 반도체 공장임이 그 중요성을 말해준다. 탈세계화 시대를 맞은 이번 정부에서 경제 안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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