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오늘 내게 제일 힘든 일은


- 손진은


늦점심을 먹으러 마주 보는 두 집 가운데 왼편 충효소머리국밥집으로 들어가는 일, 길가 의자에 앉아 빠안히 날 쳐다보는 황남순두부집 아주머니 눈길 넘어가는 일, 몇 해 전 남편 뇌졸중으로 보내고도 어쩔 수 없이 이십수 년째 장살 이어 가고 있는 희끗한 아주머니, 내 살갗에 옷자락에 달라붙는 아린 눈길 애써 떼어 내는 일, 지뢰를 밟은 걸 알아차린 병사가 그 발 떼어 놓지 못해 그곳의 공기 마구 구기듯, 가물거리는 눈이 새기는 문신으로 어질어질, 끝내 못 넘어갈 것 같은 이 고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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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때를 놓쳐서 난처하게 되셨군요. 두 집 한창 북적거릴 때였으면 눈치 볼 일 없었죠. 점심 설거지 끝내고 한갓지게 쉬는 순두부집 아주머니 눈에 들키고 말았네요. 군침은 소머리국밥 쪽으로 넘어가는데, 발길은 길 하나를 넘지 못하는군요. 오늘은 입맛대로 가셔요. 충효소머리국밥 드시면서 깍두기 하나에 충과 김치 한 조각에 효를 생각하셔요. 내일은 순두부집 들러 황남동 천마총에서 나온 옛날 솥을 떠올려 보셔요. 신라시대에도 순두부를 먹었을까? 신라왕족이라도 황남빵은 못 먹었겠죠. 막상 순두부집 아주머니는 아무 생각 없을 거예요. 빠안히 보는 속내를 읽어드릴까요? ‘단골손님 신수가 오늘따라 훤하구나.’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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