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근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 8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사면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말 사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여당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현 정부의 첫 특별사면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사면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어 사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취재진을 만나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위신을 세우는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필요하다”며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영어의 몸이 됐다가 한 분(박 전 대통령)은 사면을 통해 석방됐는데 또 다른 한 분은 그대로 둔다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사실상 올 8월 광복절 특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국민의힘의 ‘사면론 군불 때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친이계 의원도 “고령이고 건강상 어려움이 있어 형 집행정지를 신청한 게 아니냐”며 “전직 대통령 간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형 집행정지 이후 광복절 사면을 하는 게 수순”이라고 말했다.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 구속된 뒤 2020년 2월 2심에서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뒤 사면론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지난해 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결정을 전후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대선 직후에는 문 전 대통령이 새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김기현 원내대표는 “결자해지하는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기현 의원 등은 모두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대표적인 ‘친이계’다. 이들 친이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점에서도 대통령실을 설득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당 차원에서는 대통령실에 공식적으로 사면을 건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최근 가석방된 것도 이 전 대통령의 형 집행정지와 사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추징금 57억 8000만 원을 완납하고 벌금 130억 원도 일부 납부한 상태다. 현재 형기의 15%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올해 81세로 고령이라는 점이 형 집행정지와 사면 대상의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형 집행정지는 징역·금고·구류 선고를 받은 수형자가 △형 집행으로 건강이 현저히 악화할 우려가 있을 때 △연령이 70세 이상인 때 △임신 6개월 이상일 때 △출산 후 60일 이내일 때 △유년 또는 고령이거나 장애가 있는 직계존·비속에게 보호자가 없을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 신청할 수 있다.
형 집행정지 요소를 갖춘 만큼 이 전 대통령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진 뒤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