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민간 요양시설 급증에…장기요양 재정 악화"

'장기요양보험 쟁점·과제' 보고서

10년새 2배↑…OECD 중 6번째

비용 과다청구 등으로 지출 늘어

당국, 재정집행 적극 규제 나설듯





최근 급격히 늘어난 민간 요양병원 및 장기 요양시설 등에서 국가에 청구한 비용이 노인 장기 요양 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23년부터 적용될 제3차 장기 요양 기본 계획에는 민간 요양병원 등의 비용 과다 청구를 막기 위해 보험 재정 집행과 관련한 규제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8일 광주대 산학협력단(문용필 교수)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용역으로 작성한 ‘노인 장기 요양 보험 정책의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장기 요양시설·요양병원 등 요양 서비스의 제공 주체가 민간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장기 요양 보험 및 장기 요양 보험 재정이 악화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 만큼 재정 관리자인 국가가 민간 요양 기관에 의한 재정지출 증가에 주목하고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실제 한국의 장기 요양시설은 급격히 늘어나 전 세계적으로도 평균 대비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65세 인구 1000명당 요양병원 병상과 장기 요양시설 침상 합계는 60.4개로 집계됐다. 이는 룩셈부르크·네덜란드·벨기에 등에 이어 OECD 국가 중 6번째로 높고 OECD 평균(45.7개)보다 14.7개 많다. 아직 한국이 여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본격적인 고령 사회가 시작되기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병상 수가 상당히 많은 편임을 알 수 있다. 요양병원 병상과 장기 요양시설 침상 합계가 2009년 34.8개였다는 점을 보면 10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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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공급자 증가 및 이들의 비용 과다 청구와 경쟁으로 재정 증가가 급격히 늘어난 것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노인 장기 요양 보험의 관리 주체가 건강보험공단과 지방자치단체로 이원화돼 있는 점도 꼬집었다. 실질적으로는 건보공단에서 장기 요양 기관을 관리하나 지정 및 행정처분은 지자체 관할 아래 속해 있다. 그럼에도 공무원의 전문성 및 지자체장의 시설 폐쇄 의지 부족으로 처분이 쉽지 않고 노인 학대, 자격 요건 미충족 인력에 대한 지도·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요양 기관 급증에 따른 비효율성은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로 제기돼왔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개최한 ‘새 정부의 복지 정책과 전망’ 세미나에서 “요양의 의료화로 인한 고비용·비효율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 교수는 “고비용·비효율성을 제거해 지속 가능한 돌봄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며 “요양 병상 총량 관리, 요양병원 질 기준 강화, 장기 입원 수가 하향 조정, 요양병원 구조조정 및 기능 재편, 요양병원 퇴출 경로 마련 등의 방안을 통해 요양시설의 과잉 공급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적용될 제3차 장기 요양 기본 계획을 4월 수립하기 시작했다. 장기 요양 인프라가 충분히 확대된 데다 연간 적자가 나타나는 등 재정이 악화한 만큼 3차 기본 계획에서는 재정 건전화 및 공급 규제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세종=권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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