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후불 결제 서비스로 금융 시장에 뛰어들면서 ‘메이드 바이 애플’ 전략을 가져간다. 제3자에 의지하지 않고 고객의 신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접 할부 심사 등을 맡는다는 계획이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달 미국 내에서 출시하는 선구매 후불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도 심사를 애플의 자회새 ‘애플 파이낸싱 LLC’를 통해 전담하도록 했다. 애플 측은 애플 파이낸싱 LLC가 이 같은 기능을 위한 필수적인 대출 라이센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 신용 평가, 대출 심사 맡는 애플
지난 6일 애플이 애플 페이 레이터를 출시하면서 이용자들이 먼저 물건을 구입한 뒤 구매 대금을 6주간 최대 4회에 걸쳐 수수료와 이자 없이 부담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협력사는 마스터카드사다. 마스터카드사와 손을 잡은 만큼 신용도 평가 등은 마스터카드사가 맡거나 애플 카드의 신용도 평가를 담당하는 글로벌 투자 은행 골드만 삭스가 맡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이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애플은 자체적인 신용도 평가 시스템을 가져오기로 한 것이다.
애플 지갑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신용카드인 애플 카드의 경우 신용도 평가 및 발급 허가는 글로벌 투자 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담당한다. 하지만 애플 페이 레이터에서는 골드만삭스의 역할이 크게 줄어 할부 관련 증서를 발급하는 역할만 맡게된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애플이 시작은 후불 결제 등 단순한 서비스에 머물더라도 장기적으로 금융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것이 분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앞서 페이스아이디를 만들 때도 애플 페이 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개발을 고도화한 만큼 애플의 금융 시장 진출 계획은 보다 장기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브레이크 아웃’이라는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금융 서비스의 많은 요소를 사내에서 담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대출, 신용조회·심사 외에도 자체 결제 처리 엔진을 개발하는 한편 사기 분석, 이자율 계산 등 서비스에 직접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불 결제 시장은 첫 관문일 뿐
앞서 지난 1월 애플은 대출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영국의 스타트업 크레딧 쿠도스를 인수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심사 시스템을 구축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애플이 가진 데이터도 상당하다. 애플 고객들이 일반적으로 구매 대금을 치르는 방식이나 아이튠즈나 앱스토어의 결제 이력이나 신용카드 결제 거부 이력 등이 파악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후불 결제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을 때는 후불 결제 서비스를 앞서 하고 있는 어펌과 클라나 등이 경쟁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후불 결제는 애플이 꾸리는 금융 서비스의 적은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금융 시장에 당장 진출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이유는 애플의 커다란 자금력에 있다. 애플의 시가 총액은 이날 기준 2조3900억 달러(약 2515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950억 달러(약 120조원)의 순이익을 냈고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시총의 10%에 달하는 2000억 달러(약 251조원)의 현금과 유가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