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경제 총체적 복합위기…규제 풀고 민간자율 확대" 한목소리

[전직 경제수장들의 고언]

■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

법인세 인하, 장기적으론 증세

기업 활력 제고 해법으로 활용을

금리인상, 환율 흐름도 고려해야

연금개혁 시급…국민투표 제안

이재용 등 기업인 사면도 요구





새 정부의 성공적인 경제정책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전직 기획재정부 장관들이 한국의 경제 상황을 ‘총체적 복합 위기’로 진단하고 세제·연금·노동·교육·재정 등 사회 전반의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경제 활력을 이루기 위해 법인세를 대폭 낮추고 일자리 해법도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특히 그간 각 경제 분야에서 정부가 휘둘러온 권한을 이제는 내려놓고 민간에 자율성을 대폭 넘겨줘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 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연 전직 기재부 장관 초청 대담에서 전직 장관들은 지난 정부의 경제정책이 부른 부작용을 질타하며 새 정부에 과감한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자유시장경제’ ‘공정’ ‘민간 자율’ 등을 주요 키워드로 언급하면서 민간에 해법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만수 전 장관은 “새 정부가 내건 ‘공정과 상식’이 시장경제의 핵심적인 키워드”라며 “지금까지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공정·상식이 흐트러졌는데 이를 바로잡으면 경제가 잘 돌아가고 혁신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그동안 정부와 민간 역할에 혼선이 있었다”며 “지난 정부에서 남긴 유산의 후유증을 고려하면 그동안 무너진 혁신 경제가 새 정부의 기조로 채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직 경제정책 수장들은 무엇보다 현재 한국이 총체적인 복합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윤 전 장관은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개회사를 통해 “총체적 복합 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맞장구를 쳤다.



전직 장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해법으로는 전 분야에 걸친 규제 완화와 민간 자율성 부여를 제안했다. 노동계의 불법 행동뿐 아니라 각종 정부 규제도 기업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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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장관은 “지난 몇 년간 해외 투자가 국내 투자의 4배 수준인데 그러면 일자리가 모두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며 “정부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정부의 주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최저임금법 등이 기업의 국내 투자를 막는 장애물”이라며 “전 분야에 걸쳐 자유가 확대돼야 한다. 자유 없이는 생산성 향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강 전 장관은 ‘법인세 인하’가 장기적으로는 증세 정책이라면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해결책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거 통계를 보면 세율을 내릴수록 세입이 늘었다. 세율 인하가 장기적으로 증세 정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수준이 투자지 결정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경쟁국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리 인상 여부에 관해서는 “가계부채가 1900조 원에 달하는 상황도 큰 부담이고 환율 흐름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포퓰리즘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새 정부 경제정책에 반영해야 할 다섯 가지 주요 요소를 제시했다. 그는 △과감한 부동산 정책 △‘퍼주기’ 지출 폐지 등 재정 여력 회복 △가시적 성과를 목표로 노동 개혁 추진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규제 개혁 추진 △사회보험의 장기적 재정 안정 방안 강구 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는 정부와 기업의 ‘협업’을 강조했다. 그는 “일방적으로 정부가 손을 떼도 안 되고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일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백신 개발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박재완 전 장관은 역대 정부가 계속 미루고 있는 ‘연금 개혁’ 문제도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권에 맡겨두면 돌팔매를 맞아가면서 개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 사안은 국가 안위와 관련된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민투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전 장관도 “이번 정부에서 연금 개혁을 다 이루지는 못해도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최소한 청사진을 내야 한다”고 동의했다.

강 전 장관은 “인구가 줄면 어떠한 대책도 효과가 없다”며 이중국적 허용을 경제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은 2018년 1명 이하로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며 “현재 재외 동포가 통계에 안 잡힌 것까지 1000만 명이 있다고 한다. 자유로운 입국과 이중국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혼부부를 위해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풀어 보금자리주택을 짓는 방안도 제시했다.

복합 위기를 조속히 극복하려면 기업인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윤 전 장관은 “복합 위기에서는 기업이 중심이 돼 경제인이 앞장서야 한다”면서 “사면 복권 조치가 필요한 분들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진동영 기자·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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