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체기능과 근육량, 뼈 밀도가 줄어든다. 노화의 결과로 잠재적으로 낙상 또는 골절을 일으키거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기능이 떨어져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의학적 상태를 근감소증이라고 한다.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와 함께 신체기능·근력 감소가 동반되어 있는 상태다.
근감소증이 사망, 요양기관 입소 등 미래 건강 예후를 상당 부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치료를 견딜 수 있는지 여부도 결정한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중요한 노인성 질환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21년부터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간주하며 활발한 연구와 진료가 진행 중이다.
근감소증의 원인은 생물학적 변화와 영양, 운동 등 3가지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파악할 수 있다.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더라도 노화가 진행된 몸은 근육을 조금씩 잃어가는 생물학적인 경향성이 생긴다. 대략 60대가 되면 성호르몬 감소를 포함해 전신적인 호르몬 변화가 일어난다. 또한 당뇨병을 앓지 않아도 다소간의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되며 근육세포 내의 근육 단백질 생성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노년기에 생물학적 변화와 더불어 식사량과 활동량 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화에 따라 수반되는 만성질환 자체와 처방되는 약제들이 식욕을 떨어뜨리고 장운동을 느리게 하는 경우가 흔하다. 후각과 미각이 저하되고 씹거나 삼키는 행위도 불편한 경우도 많다 보니 양질의 영양을 섭취하기 어려운데, 활동량도 줄어드니 우울감이 악화되는 것이다. 이는 주관적인 인지기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회관계를 유지할 기회도 줄일 수 있다. 모든 요소는 결과적으로 신체기능을 더 나쁘게 만드는 연쇄효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과정을 ‘노쇠의 악순환’이라고 하는데, 근감소증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주어야만 한다.
근감소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질병과 노화를 둘러싼 전반적인 상태를 살펴보고 문제점들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흔히 근감소증의 치료는 운동과 영양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건강한 식단과 운동법을 안다고 해도 실천할 수 없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그 시작은 약제 정리와 의학적·기능적 문제 점검이다.
복용하는 약이 많을수록 부작용은 늘어나므로 가장 먼저 환자가 복용하는 모든 약을 점검하고 꼭 필요한 약물만 취하도록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잠재적으로 신체·인지 기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 부적절 약제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복용하고 있는 약의 부작용이 또 다른 처방을 부르는 처방 연쇄를 사전에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근감소증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던 질병을 찾아낼 수도 있다. 호르몬 이상을 찾아 교정하거나 우울증, 수면장애 등 영양과 운동에 제약을 초래하는 정신적인 문제를 선별하고 중재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낙상 가능성을 높이는 감각기계 이상을 점검하고 낙상 결과를 악화시키는 골다공증을 찾아내 치료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지역사회의 복지 자원을 연계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노인포괄평가’라고 한다. 여기에 충분한 단백질이 포함된 적절한 영양 섭취와 근력 운동, 균형 운동이 더해져야 효과적이다.
자칫 질병에 대한 시술이나 투약만 생각한다면 근감소증을 ‘치료할 것이 없는’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노인포괄평가를 중심으로 근감소증을 살펴본다면 노쇠의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풀어낼 수 있다.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음에도 서서히 체중이 계속해서 빠지고 기력이 쇠약해지는 어르신들께는 노인의학 전문 의료진을 찾아 혹시 노쇠의 악순환이 생기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