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북동부에 돌출된 지역은 코뿔소의 뿔을 닮았다. 그래서 이 일대는 ‘아프리카의 뿔(The Horn of Africa)’이라고 불린다. 뿔을 중심으로 ‘ㄱ’자(字) 모양의 영토를 가진 소말리아와 뒤를 받치는 에티오피아, 그리고 홍해 쪽으로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한 에리트레아, 소국 지부티 등 4국을 일컫는다. 한반도 면적의 9배의 땅에 약 8000만~1억 명의 인구가 산다. 넓게는 에티오피아 서쪽의 수단, 남쪽의 케냐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보통 고산 지대와 협곡이 많다. 동쪽의 저지대는 건조한 기후로 주로 사막을 형성한다. 우기에 서쪽에서 불어오는 열대 계절풍이 사헬과 수단, 고산 지역에 비를 뿌리고 저지대에 도달할 때는 습기를 잃는다. 수천여 년에 걸쳐 아라비아 일대 주변에서 건너온 백인과 아프리카의 흑인이 통혼을 하다 보니 피부색이 옅은 흑인이 많다. 사람들의 몸은 대체로 마르고 팔다리는 길며 기골은 장대하고 광대뼈가 발달했다. 아프리카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운 편이고 국경 분쟁, 내전도 끊이지 않는다. 고대에는 홍해와 인도양을 잇는 선박 교역의 요충지로 상업이 발달했다. 소말리아 상인들은 당시 귀중품이었던 유향, 향신료, 상아, 표범 가죽 등을 이집트·페니키아·미케네 등지로 공급했다.
최근 아프리카의 뿔에서 굶어 죽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닥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도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정신이 팔려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아프리카의 뿔에서 아동 사망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은 이곳에서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가 올해 말 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우려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가뭄과 식량 가격 폭등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이례적인 봄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이 급증했다. 우리의 곡물 자급률은 2020년 기준 20.2%에 그쳤다. 정부가 해외 식량 기지 확보, 식량 자급률 향상 등 식량 안보를 위한 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