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여야, 원구성 지연에 파업 방치…대안없는 정부 "국회가 결자해지를"

■화물연대 총파업…돌파구 못찾는 정부·정치권

與, 국토부·화물연대와 물밑 접촉

野도 간담회 열고 TF 구성한다지만

법사위원장·의장단 놓고 공방 치중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확대에 난색

"법안 통과 주도한 민주당이 풀어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




국회가 원 구성 협상을 두고 공전하면서 여야가 화물연대 파업의 원인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등 법안 논의를 사실상 방치하는 모양새다. 당정 협의를 이끄는 국민의힘과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관련 법안에 대해 실질적 논의는 하지 못하고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국회에 법안 논의를 떠넘기고 있어 파업 해결이 난망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각기 화물연대 파업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국토부와 소통을 이어가는 한편 화물연대 측과도 물밑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그 부분(화물연대 파업)을 해결하기 위해 당과 정부가 지금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화물노동자 생존권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화물연대 측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안전운임제의 상시화와 적용 범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여야가 하반기 국회 원 구성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서로 간의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는 이날도 하반기 국회 원 구성 관련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하반기에 법제사법위원장을 무조건 가져오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양보할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단부터 선출하자고 요구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경우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응하지 않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법사위원장만 양보하면 원 구성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편으로 법사위의 법안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축소시키면 법사위를 넘겨줄 수 있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권한 축소는 어림도 없다는 반응이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체계·자구 심사권한은 법사위의 본질적인 권한이므로 체계·자구 심사권이 없는 법사위는 더 이상 법사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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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국토부는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 논의를 국회에 떠넘기고 있어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정부도 이번 집단 운송 거부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다”며 “장관은 직접 상황을 관리하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의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와 관련해서는 “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에서 빨리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화물연대와 물밑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문제를 국회가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이고, 각계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민주당이 주도해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2020년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만큼 전임 정부가 안전운임제의 덤터기를 이번 정부에 씌웠다는 게 국토부의 시각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품목 확대를 요구하지만 기본적으로 국토부는 화물운송을 둘러싼 현실적 여건이 뒷받침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안전운임제가 컨테이너와 시멘트에만 적용되는 것은 두 품목이 규격화돼 있고 운임을 결정할 수 있는 화주(수출기업)들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 안전운임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다른 품목으로 확대할 경우 어떤 기준으로 누구와 협상할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매년 안전운임을 결정하는 ‘화물자동차안전운임위원회’가 화물기사에게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 기업들의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승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인과관계 등이 명확히 분석되지 않은 상태에서 품목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전운임위원회 구성을 합리화하고 할증 등 부대 조항은 가능하면 최소화하거나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연장을 포함해 차주와 화주 간 균형을 맞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조만간 양측의 접점을 찾은 합의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차주와 화주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니 국회가 중재 노력을 하고 정부도 실무적 지원을 백업해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세종=박효정 기자·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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