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 中 노골화한 '反 IPEF' 행보…韓, 보복수위 대응할 히든카드 찾아야

■중국의 IPEF 대응과 한국의 과제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5월 26일 조지워싱턴대 연설이 중국 지식인 단톡방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미국 정부의 최고위인사가 대중 정책 방향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차이나하우스’라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중국의 부당한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국내 투자 확대, 동맹국과의 협력 강화, 그리고 중국과의 적극적인 경쟁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신냉전은 피하겠다고 선언하지만 과연 그럴까? 결국은 미국 주도의 반중 노선을 적극 펼치겠다는 것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과연 그 결말은?

바이든 주도로 '反中 경제동맹체제' 출범

美 우방과 협력 강화, 中과는 적극 경쟁

덩치만 컸던 中, 2013년 시진핑 취임 후

新실크로드 통해 경제중심 유라시아 이전

지역 기반 동맹강화 中서 먼저 시동 걸어

바이든, IPEF 통해 경제주도권 노리지만

中과 마찰 불보듯편의주의 양상 보일것

참여국도 中 국력 너무 커 눈치 볼수밖에


한국, 美 주도 IPEF 참여는 올바른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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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국익사업 반도체서 美와 협력 절실

보편적인 세계 가치 '통큰 논의' 시작해야



지역협력 강화는 중국이 먼저 시동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창으로 출범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는 본격적인 편 가르기식 지역 차원의 협력 움직임 강화의 시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GFC) 발발 이후 아시아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위기 관리 차원에서 이미 태동되고 있었다. 2015년을 전후해 무역·투자 영역뿐 아니라 금융 부문에서도 중국이 주도권을 발휘하게 된다.
중국은 2007년만 하더라도 경제 규모 3조 2500만 달러로 미국의 25%에도 미치지 못하던 덩치만 큰 발전 국가의 하나였다. 7년이 지난 2014년 10조 달러를 넘어서서 미국의 69%로, 다시 2021년에는 17조 5000억 달러로 미국의 76%에 도달하게 됐다. 1인당 소득도 1만 달러를 넘어섰다. GFC의 반사이익이다. 중국에 투자한 다국적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상당량의 중간급 기술을 고스란히 중국인 손에 넘기게 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교역 가득률이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2014년 말 외환보유액이 3조 8,000억 달러가 된 것이 이를 방증해준다. 중국의 국부가 급팽창한 것이다. 전통 경제의 절대 강자로 중국의 우상이던 미국 경제에 대한 환상도 깨지게 된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한 2013년부터 대대적으로 대미 헤징(hedging)에 나서게 된다. 신실크로드프로젝트(BRI)를 주창, 경제활동 영역의 중심을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전한다. 제도적인 위기 관리에도 나선다. 금융 부문에서 독자적인 결제시스템(CIPS)을 구축하는가 하면 국제개발은행인 신개발은행(NDB)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킨다.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저울질하면서 중국에 좀 더 호의적인(일본 외무성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호감도 19%, 미국인 호감도 14%) 아세안(ASEAN) 지역을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당시까지만 해도 우호적이던 호주 및 뉴질랜드를 포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출범에 공을 들여왔다. 드디어 올해 초 처음으로 한중일 3국이 포함된 RCEP가 작동하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은 GFC 극복에 여념이 없었다. 2015년이 돼서야 투자제한법 등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중국 경제가 미국의 절반을 넘어버린 때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과 함께 2017년부터 대중 압박을 강하게 몰아붙인다. 불의의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40여 년간 구축된 미중 공급 사슬의 구조로 효과는 미미했다. 대중 수지 적자 폭은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들어 GFC도 어느 정도 극복되고 코로나 팬데믹 사태도 진정된다고 판단해 직접 나서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 첫 작품이 아시아 순방과 IPEF의 출범이다.


IPEF 출범은 본격적인 신냉전인가?

IPEF는 명시적으로는 새로운 무역 형식의 구축, 공급망 재편, 청정에너지·탈탄소화 추구, 인프라 구축, 그리고 조세 형평성과 반부패를 추구하고 있다. 명백히 중국을 겨냥, 미국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IPEF 출범에 중국이 배제된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결국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평가하고도 있다. 당장 왕이 외교부장이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방문, 발전 국가들을 중국 중심으로 응집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든든한 외환보유액와 자국이 주도하는 개발은행이 버텨주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을 압박하는 충분한 카드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4월 19일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 체결 사실을 공개했다. 협정문에 따르면 중국은 솔로몬제도에 인민해방군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 미국이 놀랄만 한 일이다. 협정을 통해 중국이 남태평양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놀란 미국은 대표단을 급히 꾸려 피지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3국으로 보냈다. 이에 중국은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달 솔로몬제도를 포함한 태평양섬 8개국 순방에 나선 것이다. 미중이 남태평양 상에서도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장면이다.

브릭스(BRICS)에 관심이 높은 아르헨티나를 가입시키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삼국지를 원용한 전형적인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학계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IPEF 출범은 쿼드(QUAD), 나토(NATO), 주요 7개국(G7) 등과 함께 종합적인 중국 포위 억제 정책으로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IPEF가 알맹이 없는 비현실적인 기구라고도 평가절하하고 있다.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2005년 시작해 10여 년 만에 출범했으며 미국이 탈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RCEP도 지난 8년간 28차의 회담을 통해 겨우 성사된 점을 강조하고 있다. RCEP 출범 막바지에 IPEF 참가로 선회한 인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100인 이상을 고용하는 경우 감원이 무척 까다로운 점, 고속도로·전기 등 인프라가 열악하다는 점, 그리고 관세율 조정이 아주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정부 정책 집행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많은 국가 부채를 안고 있다. 미국이 사회간접자본(SOC) 및 국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지만 말뿐이라는 것이다. 구체적 집행을 위한 결정이 국회에 계류돼 진전이 없다. 그만큼 미국 정부 재정이 취약하다. 또한 일본과 한국이 참여한 기존 공급망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며 양국은 중국과의 긴밀한 공급망 참여 속에 운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결국 IPEF는 디지털경제, 원자재 공급망, SOC 건설 수주전에서의 중국 배제 등 제한적인 조치라는 것이다. IPEF의 출범을 어쩌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인 행위로 폄하하는 듯한 분위기다.

IPEF 출범을 첨단산업의 초격차유지 전기로

우리로서는 미국이 추구하는 IPEF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다. 미국은 우리의 강력한 안보 동맹 국가이다. 우리가 이만큼 발전한 데는 미국의 지원이 절대적이었다. IPEF는 당장 우리의 핵심 국익에 맞는 첨단 산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지우기 어렵다. 미국이 일본을 압박할 당시인 1985년의 경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40%정도였다. 대중국 압박도 꼭 필요했다면 GDP가 30%를 넘어가던 2008년 전후였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GFC의 발발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중국은 유권자로 중요한 표밭인 대다수의 미국 서민들에게 값싼 생필품을 제공하는 핵심 기지다.

농산물·항공기·차량 등 주력 상품의 수출선이기도 하다. 그만큼 중국과 극단적인 대립으로 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IPEF가 TPP처럼 초기에는 배타적이었다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문호를 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경제 통상 국가이다. 그 차원에서 IPEF에 적극 참여한다는 자주적인 인식이 있어야 한다. 참여 속에서 우리의 입장을 계속 개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것이고 충분히 있다.
과연 IPEF가 미국이 의도하는 대로 중국과의 극단적인 대립을 피해가면서 회원국들과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협력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지금이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그 근저에는 전통 산업이 엄연히 자리 잡고 있다. 전통 산업과 신산업을 분리시켜 각각 별도의 협력 체계를 갖춘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경계의 애매성과 불확실성 때문에 정책 집행 효율이 낮을 것이다. 결국은 편의주의로 흐를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의 국력이 커버린 것이다. 채택할 수 있는 대응 카드도 많을 것이다. 게다가 전체 중국인의 대졸자 비중이 8.7%로 교육 수준도 높아졌다. 정규 해외 유학을 마친 귀국자 규모도 500만 명이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전통 산업뿐 아니라 첨단산업에서 상당한 정도의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아직 최강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의 약진을 배제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세계가 과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부국강병 시대로 되돌아가야 하는지도 고민의 일단이다. 현 세계 질서는 어쨌거나 미국이 지난 한 세대간 만들어온 결과물이다. 냉전, 평화, 다시 신냉전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인류 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퇴보는 아닌지?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인류에게 고통으로 되돌아올지도 모른다. 실질적 질서 주도국인 미국·중국·러시아·EU가 좀 더 보편적인 세계 가치의 추구를 위한 통 큰 논의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정영록 교수는…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현대 중국 경제발전을 주제로 미국 남가주대(USC)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중국 대륙 경제 연구 개척 세대이다. 세계 경제 발전 속에서의 중국의 위상, 중국 발전에서 화교의 역할, 이행 경제에서의 금융 개혁 등을 주로 연구했다. 대외경제연구원의 연구위원과 주중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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