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약 14시간 조사했다. 이번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고 있는 백 전 장관이 소환되면서 검찰 수사가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최형원 부장검사)는 9일 백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조사는 오전 9시 30분쯤 시작돼 14시간 후인 오후 11시 30분쯤 마무리됐다.
백 전 장관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을 피해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코드가 맞지 않는 산하 기관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2017년 당시 임기가 남아 있던 산업부 산하 발전 자회사 사장들이 산업부 윗선의 사퇴 압박을 받고 일괄 사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백 전 장관을 포함해 산업부 공무원 5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검찰은 3월 25일 산업부의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하며 첫 강제 수사에 착수한 뒤 사표를 제출했던 당시 기관장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초에는 이인호 전 산업부 차관을 비롯해 손 모 전 혁신행정담당관, 박 모 전 에너지산업정책관, 김 모 전 운영지원과장 등 산업부 내 인사를 담당했던 핵심 관계자들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지난달 19일에는 백 전 산업부 장관의 자택과 그가 근무하는 한양대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e메일 기록 등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당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하면서 백 전 장관의 소환을 조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백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지시로 산하 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항상 법과 규정을 준수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백 전 장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내부로 뻗어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으로 산하 기관장 인사 업무를 총괄했던 박원주 전 청와대 경제수석(당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이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 등 윗선에 대한 조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현재까지 전 정부 청와대 인사 중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 받은 사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