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4월 경상수지가 8000만 달러 적자를 낸 것은 배당 등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인 만큼 5월 이후 다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상수지 흐름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경기 둔화, 국제 유가 상승 등 각종 대외 변수와 맞물린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만약 경상수지 불안이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맞물려 ‘쌍둥이 적자’로 나타난다면 심각한 경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김영환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0일 경상수지 전망에 대해 “배당 등 계절적 요인이 5월부터 완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은 조사국이 전망한 연간 경상수지 흑자 500억 달러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남은 5~12월 매달 43억 4000만 달러씩 흑자를 내야 한다”며 “유가 등 여러 요인을 봐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배당 등 일시적 요인을 제거하더라도 상품수지 적자 추세가 뚜렷한 만큼 경상수지 흑자는 대폭 줄어들 수 있다. 4월 상품수지 흑자는 29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4월(49억 5000만 달러) 대비 흑자 폭이 20억 달러 축소됐다. 수입 중에서도 석탄(148.2%), 가스(107.3%), 원유(78.4%), 석유 제품(36.0%) 등 원자재 수입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다 곡물(36.3%) 등 소비재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 수출은 3.4% 감소했다.
특히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만큼 수입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수출은 미국의 긴축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악재로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상품수지와 연동되는 무역수지가 1월과 4·5월 적자를 내면서 올해 누적 적자가 78억 달러를 넘어섰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연간 15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에서 무역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원자재 가격 동향 등에 따라 최악의 시나리오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반짝 회복했던 서비스수지도 다시 적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수지는 그동안 각국의 봉쇄 조치로 해외여행객이 급감하고 해상 운임이 급등하면서 역대급 흑자를 내왔다. 하지만 방역 조치 완화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점차 회복될 경우 언제든지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 한은도 운송 서비스 호조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 본격화로 올해 서비스수지 적자가 105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본원소득수지 역시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둔화하면서 투자 수익이 감소해 흑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가 이토록 불안한 가운데 재정수지마저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재정 지출이 계속되면서 1분기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33조 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3조 원 늘었다.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관리재정수지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준으로 110조 800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 대규모 재정 적자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가 거듭된다면 환율 불안과 자본 유출 등 위기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엔데믹 이후 여행수지 적자가 나더라도 경상수지가 연간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분기 말이나 반기 말에 갑작스럽게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