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이재용 방문' 기사 공유 …네덜란드서 반도체 장비 논의 임박

ASML이 자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네덜란드를 방문할 수 있다는 내용의 국내 기사를 공유했다가 지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회장이 ASML을 방문해 극자외선(EUV) 노광기 수급을 직접 챙길 가능성을 암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ASML은 지난 4일 SNS 링크드인 자사 계정에 이 부회장이 ASML과 협력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한 국내의 한 언론 보도를 공유했다. 이 부회장이 유럽으로 출국하기 3일 전이다. ASML은 게시물에서 이 부회장의 방문 일자 등 다른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며칠 뒤 이 게시물을 삭제했다.

업계에서는 ASML의 기사 게시를 두고 이 부회장 방문 일정을 사실상 인정한 행동으로 풀이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재판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달 10일과 17일 재판 불출석 사유로 네덜란드 출장을 들면서도 ASML 본사 방문 일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지난 7일 한국을 떠난 이 부회장은 현재 독일 뮌헨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 전세기는 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했다가 이튿날인 8일 뮌헨으로 이동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앞서 7일 다른 교통편을 타고 곧바로 독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독일 일정을 마친 뒤 네덜란드와 영국, 프랑스 등 인근 국가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덜란드 출장에서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이 동행할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은 ASML 본사에서 페터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등 핵심 경영진을 만나 EUV 노광기 수급 현황을 직접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ASML은 EUV 노광기를 세계에서 단독으로 공급하는 회사다. EUV 노광기를 연간 40대가량 생산한다. 가격이 1500억 원에 달함에도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들이 이 장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핵심 장비이기 때문이다.

특히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삼은 삼성전자는 최신 장비를 일찍 확보해 경쟁사보다 먼저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20년에도 ASML 본사를 직접 찾아 원활한 EUV 장비 수급을 요청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 기간은 18일까지 총 12일이다. 이 부회장이 유럽을 찾은 건 2020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7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면서 취재진에게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만 말했다. 구체적인 출장 일정과 M&A 계획, 취업 제한 규정 위반 논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최근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규정 위반 고발 건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