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의원들이 띄운 ‘민들레’ 모임에 국민의힘이 계파 논쟁에 휩싸였다. ‘친윤계가 세력화를 시작했다’는 당 안팎의 해석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발족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제동을 걸었지만 운영진은 강행 입장을 고수하면서 친윤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첫 공식 회동을 하며 “당정이 한 몸처럼 움직이자”며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을 취했다.
권 원내대표는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민들레와 관련, “자칫 잘못하면 (파벌로) 오해 받을 수 있으니 발족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들레는 ‘민심 들어 볼래’의 약자로 여당 의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조찬 모임이다. 민들레는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비서관, 장관 등을 초청해 국정 운영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들레는 순수한 공부 모임”이라면서도 취지와 달리 ‘윤핵관’들의 근거지로 비쳐지며 불 역풍을 염려했다. 그는 “정치인의 행위는 의도보다 어떤 프레임이 씌워지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이미) 계파 프레임이 형성됐고 당초 의도대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경계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민들레를 두고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연계 기능을 담당하는 공조직은 구성됐고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 비슷한 조직은 사조직”이라며 반대했다.
친윤계끼리도 신경전을 벌였다. 장제원 의원은 “당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여당 의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당 분열 딱지를 붙이고 ‘사조직’이라 지적하는 것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당정대 모임’으로 운영 방식과 취지가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도 말했다.
민들레 운영진도 발족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간사인 이용호 의원은 “민들레는 당정대가 아닌 당 내부 모임”이라며 “(이견과) 무관하게 발족할 예정으로 소수 운영진을 제외하고 모두가 정회원”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도 감지됐다. 한 의원은 “권 원내대표는 모임 운영에 대해 지적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의원은 각자가 헌법기관”이라며 지도부 의견에 종속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내부 문제로 시끄러운 와중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과 첫 오찬 회동을 했다. 윤 대통령은 첫 만남 직후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다만 친윤계 의원인 정진석 의원과 이 대표와의 갈등을 비롯해 첨예한 국내 정치 현안은 거론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찬은 대통령이 당과 친밀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폭넓은 주제를 다뤘지만 정치 현안은 잘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