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노사정 대타협 '제도적 틀' 시급…불법 행동엔 무관용 대응을"

[尹정부 명운걸린 노동개혁]

<하> 노동갈등·불법파업 해법은 - 서경 펠로·전문가 분석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에 “원칙과 법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범 한 달 만에 초대형 노동쟁의를 마주하게 된 새 정부는 이번 대응 결과에 따라 남은 임기 동안 노동계와의 관계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불법·폭력 행위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만큼 정부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親勞정권 거치며 노동계 강성화…기선잡기식 요구 쏟아내

화물연대 파업 해결돼도 비슷한 노동쟁의 되풀이 불보듯

갑작스런 강경책도 반발 불러…노사정 모여 간극 좁혀야

10일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와 경제·법률·노동 전문가들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에 대해 “향후 5년 임기 동안 노조와의 관계를 가늠할 시험 무대”라면서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정부에서 노조에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과도한 요구가 이어졌는데 이번 정부에서는 이로 인해 불거진 노사 관계의 불균형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원칙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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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 과정에서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정부가 원칙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불법 파업에 대해 현장에서 바로 조합원을 체포한다든지, 경찰이 비조합원들의 불안을 막기 위해 에스코트를 한다든지 하는 모습은 법치주의에 있어 상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법치주의를 지키고 불법·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기조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번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민주노총이 정부-노동계 사이의 관계 형성 과정에서 ‘기선을 잡자’는 차원”이라며 “지난 정부의 친노조 정책을 거치면서 노동계가 굉장히 강성이 되고 불법·폭력적이 됐는데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무관용’을 강조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화와 타협을 이어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노동계가 심하게 불법적으로 나온다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폭력적 행동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의 원인이 된 안전운임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름은 안전운임제지만 사실은 ‘최저운임제’인데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개념”이라며 “시장경제에서는 각자가 여건에 따라 계약을 하는 것이다. 전 정권에서도 부작용을 예상했기 때문에 3년만 보자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치킨게임 우려…논의의 장 마련 필요

새 정부는 노조 친화 정책을 폈던 전 정부와 달리 법치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앞으로 노동계와의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이 해결돼도 향후 비슷하거나 더 큰 규모의 노동쟁의가 계속될 것인 만큼 명확한 대응 기조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강경 대응이 노사 간 ‘치킨 게임’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황 교수는 “지난 정부가 노동 친화적이었고 불법 파업에 관용적이었던 탓에 현 정부는 강경 대응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으려 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노동계가 정부의 강경 대응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물러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갑작스러운 강경 대응으로 노동계의 반발심이 커져 노사 간 대치 상황이 지속되는 ‘치킨 게임’으로 치달을 수 있다”며 “이는 국정 운영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노사정이 모여 혜안을 모색해야 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의 엄정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엄정한 법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노동자들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세밀하게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쪽은 요구만 하고 한쪽은 법적 대응만 한다면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며 “향후 노사 현안들은 제2의 노사정 대타협과 같은 제도적 틀을 통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명예교수는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영국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은 노조와의 대립을 이겨내며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을 완성했다”며 “윤석열 정부도 철저한 대비를 바탕으로 이들의 대응 방식을 공부하고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 명예교수는 “친노조 정책과 친노동 정책은 다르다”며 “노조의 불법행위는 원칙에 따라 처리하고 실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근로자들을 보호하는 정책들을 구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명예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저임금, 근로 시간 문제 등 노동 현안에 대한 개선을 기다리는 국민들이 많다”며 “과거의 경직적인 제도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는데 노동계와의 실질적 대화를 통해 간극을 좁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동영 기자·박호현 기자·유창욱 기자·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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