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3번 연속 빅스텝 기정 사실화…한번에 0.75%P 인상 나설수도

['I 공포'에 글로벌 증시 요동]

◆빨라지는 글로벌 초긴축

연료유 전년 대비 106% 폭등

식품도 10%↑…41년만에 최고

서머스 前재무 "실제 CPI 더 높아

볼커 수준 금리인상 필요" 지적

美 국민 66% "내년에도 고물가"

"유가 150弗땐 리세션" 경고도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981년 12월 이후 약 41년 만에 최고치인 8.6%를 기록한 것은 에너지·식료품 등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세를 보여주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4월 6.2%에서 5월 6.0%로 소폭 둔화했다. 이 지표는 헤드라인 CPI에서 에너지와 식료품 등의 가격을 제외한 수치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뺐더니 물가 상승세가 소폭이지만 둔화한 것이다. 다만 이는 시장 예상치인 5.9%보다는 높았다.



블룸버그는 “주택·식품 및 천연가스가 물가 상승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더 오랜 기간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또 “기록적인 유가와 지정학적 요인들이 향후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가 상승세가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관측은 이날 지표가 나오기 전부터 계속 나왔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5월 물가 지표 발표에 앞서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려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라며 “상당한 고통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실제 인플레이션이 지표로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며 치솟는 휘발유 가격 때문에 6월 수치는 한층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블룸버그TV에 “연준의 정책 실수에 인플레이션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고 에너지 가격이 매달 오르고 있으며 주택 월세와 식료품 가격 압박이 지속하고 있다”며 “걱정되는 것은 5월보다 6월 수치가 더 나쁠 수 있다는 점이다. 8.5%보다 훨씬 높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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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물가 수준이 공식 지표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1980년대식으로 계산하면 농산물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무려 9.1%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전미경제학회(NBER)에 게재했다. 이는 5월 근원 CPI 6.0%에 비해 3%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주거 비용 등의 항목에서 CPI 계산 방법이 다른데 1980년대 방식을 적용할 경우 현재의 물가 수준이 발표 수치보다 훨씬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서머스 연구팀은 “근원 CPI를 연준의 정책 목표인 2%로 되돌리려면 폴 볼커 당시 연준 의장이 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디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NBC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볼커 의장은 14.8%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19%까지 인상했다.

미국 소비자들도 고물가가 한동안 지속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와 조지메이슨대가 미국 성인 105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내년에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으며 77%는 ‘높은 인플레이션 탓에 외식과 문화생활 비용을 줄였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경기 침체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휘발유 값이 갤런당 5달러를 넘으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 전역의 휘발유 1갤런당 평균 가격은 4.97달러로 5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직은 휘발유가 경제성장을 훼손하는 시점이 아니며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휘발유 값이 5.5달러나 6달러에 이른다면 이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에 달하는 시점이며, 그때 우리는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주식부문장도 “다음 18개월 동안 경기 침체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상황에 있다고 보며 매우 힘든 상황을 대비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그로 인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증시 폭락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줄리언 이매뉴얼 에버코어 ISI 전략가는 “치솟는 에너지 비용이 경기 위축을 촉발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지금보다 30%가량 더 하락해 29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며 모두 이것(물가)이 내려올 것이라고 본다”면서 “지금은 1970년대와 다르며 통제 불능인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이태규 기자·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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