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다윈항





2015년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맬컴 턴불 호주 총리에게 화를 냈다고 한다. 호주 정부가 중국 업체인 랜드브리지로부터 5억 호주달러(약 4500억 원)를 받고 전략 요충지인 다윈항을 99년간이나 빌려줬다는 사실을 미국 측에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주 정부는 다윈항의 장기 임대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고를 무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평양과 인도양의 길목에 자리잡은 다윈은 호주 최북단의 항구 도시로 ‘맨꼭대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인구가 15만 명가량인 다윈은 노던 준주(準州·연방 직할지)의 주도이다. 다윈항은 인도네시아와의 거리가 400㎞에 불과해 일찍이 영국의 동남아시아 개척과 호주 대륙 탐사를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영국 탐사선 비글호가 1839년 이곳을 방문해 과거에 함께 항해했던 찰스 다윈의 이름을 따서 ‘다윈항’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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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항은 원래 상업용 및 군사용 부두가 공존했던 곳이다. 일본은 1942년 2월 연합군의 반격을 원천 봉쇄하겠다며 항공기 188대를 동원해 다윈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11월 다윈을 찾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미 해병대의 호주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이후 미 해병대는 다윈항 인근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상시 주둔하게 됐다. 미국은 올 들어 다윈항 근처에 대규모 공군 급유 시설과 새 해군 기지를 세우는 등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호주와 함께 다윈항 인근 영해에서 2년마다 ‘탈리스만 세이버’ 연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호주에서 최근 출범한 노동당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과 맺었던 다윈항 임대 계약을 백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신임 총리는 “노던 준주 정부가 중국 업체와 체결한 다윈항 임대 계약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 전투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호주 초계기에 위험할 정도로 가깝게 비행하면서 쇳가루를 뿌린 것도 호주 국민들의 반중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리도 중국의 팽창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영토와 주권을 지키려면 국력을 키우고 가치 동맹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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