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ECO경영이 경쟁력] "수도권 쓰레기 2배 폐기물 재활용"…시멘트기업 '친환경' 탈바꿈

< 3 > 온실가스 감축 속도내는 기업들

쌍용C&E·한일시멘트·삼표 등

"유연탄 NO" ESG경영 잇따라

폐플라스틱 활용·투자 등 확대

친환경 광폭 행보에 몸값도 '쑥'


“시멘트 산업은 대규모 폐기물 매립지의 가장 좋은 대안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재생에너지 전문가의 말을 빌어 지난달 보도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풍력 발전소가 점차 증가하면서 낡은 블레이드(풍력발전기의 날개)의 처리 문제 또한 중요해지는데 시멘트 공장이 이를 연료로 사용함으로써 효과적인 대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기존 매립 처리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27%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멘트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자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시멘트 분야는 철강, 석유화학 등과 함께 탄소 배출 비중이 높은 전통 산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2015년 파리협정 채택, 2020년부터 계속된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친 전 세계에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이 부각하자 시멘트 기업들은 환경 시설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 분야와 같은 환경 사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내 기업 가치를 키워가는 양상이다.

◇2050 유연탄 대신 순환 자원 활용 100%=13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50년 시멘트 생산에 동반되는 온실가스량을 1600만톤으로 줄이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는 2018년 배출량(3600만톤) 대비 55% 줄이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석탄과 같은 화석 연료 대신 폐플라스틱 등 순환 자원의 활용량을 끌어 올리는 방안이 주된 축이다.



시멘트는 채굴한 석회석을 1400도의 소성로를 거쳐 나온 클링커(시멘트 반제품)를 통해 만든다. 이 때 소성로에서 높은 온도를 내기 위해 유연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 앞으로 폐플라스틱과 같은 순환 자원을 태우는 방식으로 대체하겠다는 뜻이다. 이 방식을 2050년에는 100%를 채우겠다는 것이 현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순환 자원의 활용을 점차 늘려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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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업체들의 폐기물 활용량은 지난 2014년 559만톤에서 2020년 807만톤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쓰레기를 소화하는 인천 수도권쓰레기매립지의 연간 반입량이 약 300만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멘트 업계는 상당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폐기물 활용으로 환경 보호에 수익적 효과도=시멘트 업계가 폐기물을 대체 자원으로 활용하는 건 전 세계적 트렌드다. WSJ에 따르면 유럽의 시멘트 업체들은 기존 사용하던 화석 연료의 50% 가량을 순환 자원으로 대체했으며 향후 95%까지 그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다. 한국은 현재 그 비율이 약 20% 중반에 머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업체들이 폐기물을 활용을 늘려가는 건 단순히 환경 보호 차원만은 아니다.

국내 업체들로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유연탄의 비용 부담이 커져 이를 대체할 자원 확보의 필요성 또한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제 원자재 수급이 꼬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예년에 없던 가격 급등세가 나타나면서다. 실제 유연탄 비용은 시멘트 생산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올해 초 1톤당 175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유연탄 시세가 지난 4월 사상 최고가인 427달러를 찍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을 처리함으로써 추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시멘트 생산 업체로선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환경적 영향 또한 크다. 서울과학기술대의 배재근 교수는 2019년 기준 국내 시멘트 업체가 폐기물 806만톤을 활용하면서 268만톤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연구를 내놓기도 했다.

◇친환경 사업자 탈바꿈에 시멘트기업 몸값도 ‘업’=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달라진 분위기 속에 E·S·G 경영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환경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우선 종합환경기업을 도약하겠다며 사명까지 교체한 쌍용C&E는 2030년까지 유연탄 사용량을 제로(Zero)로 줄인다는 ‘그린 2030 비전’을 꺼내 들었다. 이에 2018~2020년 2200억 원을 투자해 폐열발전설비, ESS(에너지저장장치) 설비 등을 갖춰왔다. 여기에 3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들여 환경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쌍용C&E는 폐기물 처리업 분야에서 인수·합병(M&A)에 나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증권가 일부에서는 이를 통해 2020년 약 700억 원 수준이었던 환경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이 올해 1500억 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기존 시멘트 및 레미콘 판매 수익에 그치지 않고 성장성 산업으로 주목받는 환경 사업자로 점차 체질을 바꿔 기업 가치 또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업계 선두권인 한일시멘트의 지주회사 한일홀딩스도 이에 뒤지지 않고 ‘2050 NET ZERO(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워 2025년까지 친환경 설비에 271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등도 검토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완성한다는 게 한일의 목표다. 삼표그룹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35% 줄이고 2050년 이전에 100% ‘탄소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2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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