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파도 못 쉬어요"…대통령에게 점심 제안한 '학교급식실 어머니들’

학비노조 기자회견서 처우 개선 촉구

'산재인정' 폐암 사망자 벌써 5명 넘어

“현장에선 환기 가이드라인도 안 지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1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급식실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학비노조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15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급식실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학비노조




"최근 급식노동자들을 만나면 더 늙기 전에, 골병 들기 전에, 직업병인 폐암에 걸리기 전에 그만둔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



이미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서울지부장이 15일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말이다. 기자회견장에는 급식실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5명의 급식노동자를 기리는 영정사진 모형이 세워졌다. 이 사진 앞에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이 먹는 음식이 담긴 식판들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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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급식노동자들은 폐암 발병 위험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정부와 교육당국에 지속적으로 대책을 촉구했다. 벌써 폐암으로 목숨을 잃은 5명이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하지만 학비노조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에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시설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교육부와 교육청은 여전히 지키지 않고 있다"며 현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학비노조는 직업병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노동강도를 낮추고 급식실 적정인원 배치가 필요하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학비노조 조사에 따르면 급식노동자 1인당 식수는 146명으로 공공기관(64명)의 두 배가 넘는다. 병원(32명)과 비교하면 5배에 육박한다. 이 지부장은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 어떤 학교에서는 4명의 종사자 중 1명이 병가를 내고, 2명이 확진을 받은 일이 있었다"며 "남은 1명이 혼자 일주일간 3명의 일을 도맡았고 결국 확진판정까지 받았다"고 지적했다.

학교급식노동자들은 아파도 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한다. 대체인력이 없다보니 쉬는 인원이 발생하면 남아있는 노동자의 일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자녀를 둔 어머니들인 탓에 급식일을 놓기도 미안하다고 한다. 이 지부장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못 준다는 걱정에 아파도 쉬지 못한다"며 "빨리 대책을 만들어야 건강한 급식도 보장된다"고 전했다.

학비노조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식사 제안을 했다. 학비노조 관계자는 “후보시절 공보물을 보면 나이, 가치관, 여당, 야당 구분없이 많은 사람들과 편안한 대화를 하겠다고 써 있었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말고 점심 한끼 먹으면서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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