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는 등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전국 주택 월세 가격이 올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의 사다리인 전세가 점차 사라지고 월세 가격까지 뛰면서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종합 월세 가격 상승률은 0.16%로 전월(0.15%)보다 0.01%포인트 올랐다. 전국 주택 종합 월세 가격 상승률은 1월 0.16%를 기록한 후 2월 0.13%로 다소 둔화됐지만 3월 이후 다시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5월에는 1월과 동일한 0.16%로 올해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과 서울이 각각 0.17%와 0.04%의 상승률을 보이며 전달의 상승폭을 유지했다. 지방의 경우 월세 가격 상승률이 0.14%에서 0.15%로, 8개 도는 0.16%에서 0.18%로 높아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높은 전세가 부담과 전세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월세 수요가 증가했다”며 “수도권, 특히 경기(0.27%)에서는 시흥·평택 등 저평가 인식이 있거나 정주 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위주로, 인천(0.16%)은 교육 및 교통 환경이 양호한 미추홀·연수구의 주요 단지들 위주로 월세 가격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주택 유형별로 통계를 세분화하면 연립·단독주택보다 아파트의 월세 상승폭이 확연히 높았다. 전국을 기준으로 연립주택의 월세 가격 상승률이 0.07%, 단독주택이 0.06%를 보였는데 아파트는 이의 3~4배 수준인 0.22%를 기록했다.
월세는 임대차 시장에서도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이 4월 50.1%로 처음으로 전세를 앞지른 데 이어 5월에는 57.8%로 전월보다 무려 7.7%포인트 증가했다. 보유세 부담에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는 데다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높아지면서 세입자들도 월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차 수요가 높은 수도권 신축 아파트에서 월세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5월 입주 5년 이하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를 낀 거래의 비중이 53.7%로 집계됐다. 전국 아파트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거래의 비중이 38.9%인 것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입주 연차가 짧은 신축은 구축에 비해 전세 가격이 높다”며 “새 임대차법 시행 후 갱신권 사용까지 감안해 4년(2+2년) 계약을 예상한 임대인들이 애초에 높은 가격으로 전세를 내놓자 대출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임차인들이 월세를 낀 계약에 나서며 월세 거래 비중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전국 5월 종합 주택 매매 가격은 0.01% 올라 전월(0.06%) 대비 상승폭이 둔화됐다. 수도권은 전월 0.03%에서 -0.04%로 하락 전환됐고 서울은 0.04%로 전달과 같았다. 지방은 0.09%에서 0.06%로 상승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