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하버드자산관리(HMC)가 그해 상반기 57억 달러를 벌어 전년 동기 대비 2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 자릿수 수익률에 그친 다른 대학을 압도하는 성적표였다. HMC는 기부금 운용 등을 위해 미국 하버드대가 만든 투자회사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초기의 위기 상황에 거둔 성과여서 ‘하버드는 역시 뭔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때 최고경영자(CEO)가 모하메드 엘에리언이었다. 엘에리언이 HMC를 이끌던 기간(2006~2007년) 하버드대의 총자산은 259억 달러에서 역대 최대인 349억 달러로 불어났다.
엘에리언은 1958년 미국 뉴욕에서 출생한 이집트계 경제학자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어서 어린 시절을 유럽에서 보냈다. 그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국제통화기금(IMF)에 들어가 15년 동안 근무했다. 이어 시티그룹 등에서 일하다가 1999년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인 핌코에 합류해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그는 이곳에서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올려 실력을 인정받아 전무까지 승승장구했다. 이후 새로운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HMC로 옮겼으나 잠시였다.
2008년 친정 핌코에 CEO로 복귀한 엘에리언은 투자 정책과 전략 전반을 지휘하며 1조 달러 수준이던 회사 운용 자산을 2조 달러로 키웠다. 그가 현존하는 최고의 ‘채권 구루’로 꼽히는 이유다. 엘에리언은 경제를 보는 안목과 식견도 뛰어났다.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후 새로운 경제 양상을 ‘뉴노멀’로 정의해 이 용어를 전 세계의 화두로 만들었다. 2014년 핌코 CEO에서 물러난 그는 현재 핌코 모회사인 알리안츠의 수석경제고문을 맡고 있다.
엘에리언이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년 전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었다”며 연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그동안 계속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연준이 이를 ‘일시적’이라고 치부해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우리 정부도 ‘태풍’ ‘살얼음’이라는 경고음만 울려대지 말고 위기를 돌파할 구체적인 플랜을 빨리 만들어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