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고물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16일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유류세와 관세를 인하 방안을 정부 요청하기로 즉시 결정했지만 물가 상승폭이 워낙 가파르고 정책 여력도 바닥나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성걸 특위 위원장은 이날 1차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교통·에너지·환경 세법의 시행령 개정으로 유류세를 추가 인하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30% 인하 조치 시행으로 현재 유류세 중 교통세는 휘발유(탄력세율 529원)와 경유(탄력세율 375원) 리터(ℓ)당 각각 370원, 263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탄력세율보다 낮은 법정세율을 적용하고 이를 기준으로 30%를 깎아 국민들의 생활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게 특위의 구상이다. 이 경우 리터당 휘발유(법정세율 475원)와 경유(법정세율 340원) 세금은 각각 333원, 268원까지 낮아진다. 류 의원은 “시행령 개정으로 당장 시행할 부분에 대해 논의했다”며 유류세의 법적 인하폭을 낮추는 방안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할당관세 품목과 쿼터를 늘릴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할당관세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일정 기간 낮춰주는 것으로 수입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한국은행을 향해서도 정부와 국회에 보조를 맞춰 달라고 요청했다. 류 위원장은 “금리와 관련되는 사안은 한국은행의 고유 권한이라 조심스럽다”면서도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해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물가 억제를 위해 코로나19 위기 중 늘어난 재정정책 정상화, 대출규제 강화 기조 유지, 글로벌 수입망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위가 본격 가동을 시작했지만 외부 변수에 의해 물가상승이 촉발됐고 고물가 상황 장기화되면서 남은 정책 카드가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위 위원으로 참여한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공급 측면에서 높은 물가 상승 압력 지속으로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류세, 관세 인하가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는 데 일부 기여하지만 가시적 영향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위도 이같은 한계를 인정하지만 가용 가능한 자원을 활용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구상이다. 특위는 고물가 현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매주 두 차례 정례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으며 향후 밥상 물가, 홍수·가뭄 문제, 금융취약계층 지원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