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의미있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문제와 해결책은 여기에 있습니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장.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중 한 명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에서 한 말이다. 이례적인 '칭찬'이다. 통상 노사는 상대방의 통계, 설문에 대해 방식부터 결론까지 비판한다. 노사는 서로 임금을 더 높이고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통계와 설문을 자신들이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불신이 깔려 있어서다.
박 부위원장이 칭찬한 설문은 12일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납품단가 연동제를 위한 중소기업 의견 조사다. 209곳에 설문한 결과 올해 원재료 가격은 작년 보다 평균 47.6% 올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납품단가 상승률 평균은 4분의 1 수준인 10.2%에 그쳤다. 원재료 가격이 치솟았지만 하청업체가 원청업체로부터 인상 수준만큼 제 값을 못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불리는 이 상황은 중소기업들이 해결되기 바라는 숙원 과제다. 실제로 설문 기업 67%는 납품단가를 정상화하는 연동제에 찬성했다. 노동계에서 최저임금 문제를 납품단가 문제로 치환한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재벌과 대기업, 원청이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적 문제를 노동자 임금을 깎는 식으로 해결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노동계 보다 앞서 모두발언을 한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열악한 재정 상황으로 맞섰다. 현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지불 여력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용자위원 중 한 명인 류기정 경영자총협회 전무는 "5개월 간 시중은행 대출이 전년 말 대비 32조원 늘었는데, 이 중 77%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이라며 "한계 상황에 도달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오후 3시부터 시작된 4차 회의의 핵심 안건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의 안전판으로서 업종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구분 적용"이라며 "구분 적용 자체를 삭제하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취지에 어긋나는 제도로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른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문제는 업종 구분이 아니라 경제 민주화 정책, 임대로 인하로 풀어야 한다"며 "만일 취임위가 업종 구분을 용인한다면 앞으로 모든 논의에 반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