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신재생 과속’ 여파…블랙아웃 경고에도 묘수 없는 정부

◆산업부, 여름철 전력수급 준비 점검

효율 낮은 태양광 등에 올인한 탓

文정부 5년간 전력설비 사실상 횡보

전력수요 작년보다 폭증 예상 속

정부, 원전 정비일정 조정 나서지만

이미 떨어진 전력 공급능력에 불안

이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전력혁신정책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 대회의실에서 ‘여름철 전력 수급 준비 상황 사전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전력혁신정책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 대회의실에서 ‘여름철 전력 수급 준비 상황 사전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부가 올여름 화력이나 원자력과 같은 주요 발전원의 정비 일정을 조정하며 전력원 확보에 나선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및 신재생 보급 과속 정책으로 전력 설비가 5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폭염 우려 등으로 올여름 전력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탓이다. 다급한 정부는 ‘전기 아껴 쓰기 캠페인’까지 벌이기로 했지만 전력 수급난에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는 2011년의 ‘블랙아웃(대정전)’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름철 전력 수급 우려는 신한울 1·2·3·4호기와 신고리 5·6호기 등 핵심 원전이 모두 가동되는 2030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적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에서 한국전력 등 전력 유관 기관과 함께 여름철 전력 수급을 위한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회의는 다음달 4일 ‘여름철 전력 수급 대책 기간’ 돌입에 앞서 개최됐으며 정부는 30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통해 ‘여름철 전력 수급 전망 및 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경기 회복에 폭염이 더해져 올여름 전력 수요가 예년 대비 폭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원주 산업부 전력혁신정책관은 이날 회의에서 “올여름 전력 수요가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대비 전력 공급은 많이 늘어나지 않아 전력 수급 여건이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이달 기온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7·8월 기온은 예년 대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사용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입해 전력 수급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정부는 우선 발전 및 계통 설비 점검을 통해 갑작스러운 고장에 따른 발전기 운영 정지를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또 발전기 정비 일정을 여름철 전력 수요 피크 시기 이전이나 이후로 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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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여름철 전력난이 발생할 때마다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7월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급락하자 점검 중인 원전 3기를 갑자기 투입하기도 했다. 당시 해프닝은 점검 기간을 무작정 늘리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떨어트렸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었다. 다행스러운 대목은 윤석열 정부는 친(親)원전을 표방하는 만큼 에너지 수급 대비를 위한 원전 정비 일정 조정도 예년보다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전력 수요 의무 감축’ 요건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전력 예비력이 5.5GW(1GW=1000㎿)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전력 수급 비상 단계(1단계)’를 발동했지만 올해는 6.5GW 미만으로 이를 높여 잡았다. 이 같은 강화된 조건 때문에 2013년 8월 이후 9년여 만에 전력 수급 비상 단계가 발동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력 수급 비상 단계가 발동되면 각 가정이나 사무실의 냉난방 설비 가동이 중단되며 최소한의 조명을 제외한 나머지 조명은 모두 꺼야 한다.

정부는 또 석탄과 LNG 등 연료원의 조기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원 부족으로 전력 공급을 차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는 석탄과 LNG 대부분을 장기 계약으로 수급 중인 만큼 물량 확보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자원에 대한 재고를 늘려 혹시나 모를 변수마저 차단할 방침이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전력 수요 관리’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산업부는 공공 분야 에너지 효율화 방안 추진 외에 시민단체를 통한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나서기로 했다. 또 에너지 절약에 나설 경우 이를 보상할 인센티브를 주요 사업장에 제공하거나 몇몇 사업자와는 에너지 효율화 협약을 맺어 에너지 수요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력 수급에 대한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통망에 연결된 전력 설비 용량은 2018년 6월 11만 7111㎿에서 올 6월 13만 4186㎿로 4년 새 15%가량 늘었지만 같은 기간 공급 능력은 8만 7256㎿에서 8만 4094㎿로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전력 공급 능력이 4년 새 줄어든 것은 정부가 올여름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발전소 정비 기간 조정에 나선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다만 날씨나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신재생 설비 확대와 함께 신재생의 발전 간헐성을 보완해줄 LNG 설비를 늘린 것도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태양광 설비(계통망 연결 기준)는 올 5월 기준 원전 설비의 4분의 1이 넘는 6271㎿인 반면 발전량은 원전 대비 1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1000GWh에 불과하다. 특히 기온이 25도 이상일 경우 발전 효율이 감소하는 태양광 패널의 특성 때문에 올여름 원전이나 석탄과 같은 ‘기저전원’의 발전량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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