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유럽 출장 마친 이재용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

이재용, 11박 12일 출장 마치고 귀국

"車 업계 급변, 반도체 차차세대 기술 느껴"

"좋은 사람 모셔오고 유연한 조직 문화 만들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진동영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진동영기자




11박 12일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 확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취재진의 출장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출장 일정과 관련해 “헝가리의 배터리 공장, BMW 고객 등을 만났다. 전장 회사인 하만 카돈도 갔었다”며 “몸은 피곤했지만 자동차 업계의 변화, 급변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제일 중요했던 건 ASML과 반도체연구소(아이멕·imec)에 가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걸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특히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관련해 “한국에서는 못느꼈는데 유럽에 가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훨씬 더 느껴지더라”며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돈과 변화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유럽을 찾은 건 2020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헝가리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프랑스 등을 돌면서 사업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주력인 반도체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확대, 대규모 인수·합병(M&A) 관련 논의 등이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미래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 현장을 살피며 사업 기회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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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뒤 헝가리에 가장 먼저 들러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 거점을 살폈다. 이어 곧바로 독일로 향해 완성차 업체인 BMW를 방문했다. 전기차로 전환 중인 자동차 업계를 살피면서 배터리 사업의 미래를 점검하는 한편 BMW와의 사업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분야도 중점적으로 살폈다.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찾아 마르크 뤼터 총리,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연이어 만나 EUV 장비의 원활한 공급을 요청했다. ASML은 전 세계적 수요 증가로 공급난을 빚고 있는 EUV 장비를 유일하게 생산하는 회사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EUV 장비 수급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핵심 과제가 되면서 이 부회장이 직접 ‘장비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속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의 장비 확보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EUV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SML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회사가 추진하는 ‘반도체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부회장은 이튿날 벨기에의 유럽 최대 규모 종합 반도체 연구소 ‘아이멕’(imec)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루크 반 덴 호브 아이멕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의 최신 기술과 연구개발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방문은 반도체 외 AI, 바이오, 에너지 등 미래 전략사업 분야 신기술 개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삼성전자가 대형 M&A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결실도 주목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전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M&A 진척을 이뤘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 등을 인수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암(ARM)도 인텔 등과 협력해 인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유럽 출장에 대해 “이 부회장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의 진가가 발휘된 행보”라고 평가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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