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바이오 USA] 최고의 공간과 탄탄한 지원금이 키워난 캘리포니아 바이오클러스터

■샌디에이고 '솔크 연구소' 가보니

소아마비 백신개발 조나스 솔크 박사 설립

'빛의 건축가' 루이스 칸이 6년 간 설계

기초연구 중심 美 바이오클러스터 핵심지

年 2000억원 규모 정부 기금 R&D 예산

전폭적인 정부 지원·투자 유치·소통 등 비결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함 솔크 연구소는 태평양을 향해 열린 마당과 수로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연구동이 늘어서 있다. 이재명기자.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함 솔크 연구소는 태평양을 향해 열린 마당과 수로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연구동이 늘어서 있다. 이재명기자.




태평양을 향한 해안 절벽 위에 세워진 솔크 연구소(Salk Institute)는 세계 바이오 산업을 이끌고 있는 캘리포니아 바이오클러스터의 핵심지이자 상징이다. 두 축의 연구동은 가운데에 너른 마당을 내어주고, 서로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은 채 사선으로 정렬해 있다. 연구자들은 언제든 복도와 창밖을 통해 바다를 보며 숨을 돌릴 수 있고, 통째로 비워진 3층 공간은 50개이상 연구실의 연구자들이 소통하는 장이 된다. 연구소 관계자는 마당을 둘로 나누어 바다 방면으로 흐르는 좁은 수로에 대해 "연구자들의 지식이 넓은 바다로 퍼져나가는 모습, 바이오 연구의 성과가 사람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의미"라는 은유와 함께 "세계 최고의 공간에서 훌륭한 동료들과 우연히 만나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솔크연구소는 1층 필로티와 3층 베란다를 비워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휴식하며 창의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재명기자.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솔크연구소는 1층 필로티와 3층 베란다를 비워 연구원들이 이곳에서 휴식하며 창의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재명기자.


"노벨상만 6명"...리포니아 바이오 인재의 산실


13일부터 16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 행사 기간 방문한 솔크 연구소는 1960년 설립된 이후 노벨상 수상자만 6명을 배출했다. 이 연구소를 세운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나스 솔크 박사는 '빛의 건축가'로 유명한 루이스 칸에게 설계를 맡기며 '피카소가 방문할 만큼 매력적인 건물로 지어달라'고 부탁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시선을 사로잡은 건물 배치 말고도 각각 연구동에서 연구자를 위한 디자인을 엿볼 수 있다. 보통의 건물보다 천장을 높여 창의성을 끌어올렸고, 전산, 배관 등 모든 부속 설비는 두꺼운 바닥과 천장에 매물해 내부 구획은 필요한 연구실 규모에 맞춰 가벽으로 자유롭게 변화한다. 800명 이상의 연구원이 암, 알츠하이머, 유전병, 에이즈 등 질병을 초기 단계부터 연구개발(R&D) 한다. 그 결과 미국 특허만 600여개, 연구소에서 창업된 스타트업 39개에 라이선스 아웃도 연간 15~30개씩 이뤄진다. '최고의 공간에 좋은 생각이 깃든다'는 말처럼 솔크 연구소는 캘리포니아 지역 바이오 인재의 산실이자 산업의 바탕이 된다.

세계 최고 바이오클러스터의 비결 아닌 비결은 "적극적인 투자"



특히나 솔트 연구소는 훌륭한 인재를 담는 그릇을 만든 건 파격적이고도 지속된 투자라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다. 연구소는 60여년 전 설립 당시 솔트 박사의 사재와 함께 환자들의 모금과 지역 바이오 기업의 후원으로 출발했다. 그 후에도 최고의 연구진과 설비를 유지하며 미국에서 6대 바이오 연구소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된 이유는 안정적인 연구 자금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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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크 연구소의 루벤 쇼 박사가 자신의 연구실 내부에서 연구 내용과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기자.솔크 연구소의 루벤 쇼 박사가 자신의 연구실 내부에서 연구 내용과 방식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재명기자.


암 연구소를 맡고있는 루벤 쇼 박사는 "솔크 연구소에서는 1년 동안 R&D 비용으로 1억 5000만 달러(2000억 원)을 지원받는다"며 "이 중 정부지원 자금이 60%, 민간 기업이나 개인 기부금이 30%, 연구 성과를 라이선스 아웃한 수익 10%로 구성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기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끌어모으고, 최상의 연구 설비는 물론 추가 부지에 증설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솔크 연구소가 받는 1년 예산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바이오 분야 R&D 지원 예산 총액인 2371억 원(2021년 기준)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솔크 연구소를 대표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캘리포니아 바이오클러스터는 결국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로 귀결됐다. 15일(현지 시간) 바이오 USA에서 만난 조 파네타 바이오콤 캘리포니아(Biocom California) 대표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대규모 펀딩이 기초 바이오 연구와 초기 바이오벤처의 성장을 돕는 데 절대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NIH는 미국 국가 R&D 예산에 23%를 집행하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개발에 20조 원을 파격 지원한 바 있다.

한국도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에 성공하려면?


조 파네타 바이오콤 캘리포니아 대표가 단체의 주요 활동과 캘리포니아 바이오클러스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기자조 파네타 바이오콤 캘리포니아 대표가 단체의 주요 활동과 캘리포니아 바이오클러스터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기자


바이오콤 캘리포니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큰 바이오 단체로, 1600개 가까운 지역 내 바이오 기업 대표가 모여 있다. 25년간 바이오 관련 비즈니스 박람회, 투자 설명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캘리포니아에 바이오클러스터가 형성되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샌디에이고 바이오클러스터와와 샌프란시스코 바이오클러스터를 아우르는 캘리포니아 바이오클러스터에서는 2020년 기준 1만 1000개 바이오 기업에서 48만 8000명이 일하며 4050억 달러(약 51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내고 있다.

바이오콤의 주요 활동 5가지는 이제 막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에 나선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이오콤은 정부와 지역사회에 영향력 확장(Advocacy), 산업 전반에 단단한 커뮤니티 마련(Community), 투자 유치와 알맞은 파트너 매칭(Capital&Partnering), 단체 기금 조성(Saving), 인재 확보(Talent)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캘리포니아 바이오클러스터는 단순히 관련 기업이 많이 몰려있는 게 다가 아니었다. 정부 지원 자금을 기반으로 솔크 연구소 같은 기초연구를 확대하고, 바이오콤과 같은 민간 기관은 정책 기관과 꾸준히 소통하며 투자 유치와 인재 육성을 협력하는 생태계가 탄탄하게 갖춰는 게 바이오클러스터의 요건인 것이다. 한국은 전국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현재 송도, 오송 등 25개 바이오클러스터가 산재하다.

페이타 대표는 "결국 정부는 바이오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담보해야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한다"며 "산업에 긍정적인 법과 제도가 잘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단체가 자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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