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루게릭 맞선 '인류 최초 사이보그'…영국 로봇학자 별세

루게릭병 진단 후 신체·장기 기계로 교체

첨단 기술 등으로 루게릭 맞섰지만…지난 14일 별세

모건 박사의 생전 모습. 페이스북 캡처모건 박사의 생전 모습. 페이스북 캡처




인류 최초의 사이보그라고 불리던 영국 로봇학자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영국 인디펜턴트 등 외신은 최근 “피터 스콧 모건 박사가 6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저명한 로봇학자였던 모건 박사는 지난 2017년 운동신경원병(motor neuron disease, MND) 진단을 받았다. ALS 또는 루게릭으로 알려진 이 병은 온몸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희귀 질환이다. 스스로 숨 쉬고 먹을 수도 없어 인간에게 가장 잔인한 질병이라고 불린다.



앞으로 2년밖에 못 산다는 시한부 선고가 내려졌지만, 그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신의 모든 장기를 기계로 교체해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그야말로 로봇학자 다운 결심을 한 것이다.

관련기사



결심은 하나 둘 현실로 이어졌다. 인공지능(AI) 전문가와 로봇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후두를 제거하고 음식물을 주입받는 관과 용변처리 장치를 달았다. 얼굴 근육이 마비될 것을 대비해 실제 얼굴과 유사한 아바타를 개발했다. 목소리도 미리 녹음해 눈을 움직이면 AI 시스템을 통해 아바타가 표정을 짓고 말을 할 수 있게 했다.

복잡한 변화를 거친 모건 박사는 이때부터 자신을 '피터 2.0'이라 불렀다. 그는 "나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인간으로는 죽어가지만 사이보그로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던 모건 박사였지만 결국 이달 14일 눈을 감았다. 박사의 가족은 SNS를 통해 그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장애에 대한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한 그의 행동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추모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생전 모건 박사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이라는 의미에 혁명을 일으키도록 돕는 것이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는 자신의 몸에 갇힌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면서 "이는 단순히 루게릭병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고, 질병, 유전, 노년, 치매 등 모든 장애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또 "내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면서 "나는 운이 좋은 프로토타입으로, 이 초기 실험이 인류가 미래에 네오 휴먼(Neo human)이 되기 위한 거대한 도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주영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