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반려견 먹이려 3만원 생수 샀어요"…'골든 펫' 시장 아시나요

'펫팸족' 늘면서 관련 시장 성장세

10만원 사료·핸드메이드 간식까지

사람 밥값 넘겨도 "비쌀수록 잘 팔려"

80만원 에르메스 밥그릇 등 명품도





열 살 짜리 사모예드 ‘몽이’를 키우는 직장인 최 모씨는 요즘 종종 한숨을 쉰다. 안 오른 게 없는 시절이라 반려견 관련 용품 가격도 다 올랐는데, 몽이의 큰 덩치 탓에 6㎏ 들이 사료 포대는 2개월이 채 되지 않아 바닥을 보인다. 털과 관절에 좋은 사료를 먹이다 보니 한 포대 가격이 1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모예드 품종 특성 상 여름철엔 영양제가 필수다. 면역력에 좋은 반려견 전용 미네랄워터까지 곁들이니 한 끼 식사 값이 사람 밥 값의 두 배가 넘는다. 그래도 최씨는 몽이에게 드는 비용을 줄일 생각이 전혀 없다. 최씨에게 몽이는 ‘가족 같은’ 존재가 아니라 10년 세월을 오롯이 함께 지낸 ‘가족’이기 때문이다. 최씨는 “사람으로 따지면 노년기로 접어드는 나이"라며 "내가 먹는 식료품 비용을 줄이더라도 몽이는 제대로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펫팸족’이 늘면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반려견을 자식처럼 돌보는 1인 가구나 딩크 부부, 황혼 가구가 늘면서 고가의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골든 키즈’가 유통업계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법의 키워드가 됐던 것처럼 최근에는 ‘골든 펫’이 주목 받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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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고급 사료와 간식은 기본이고 반려 동물 전용 정수기, 영양제, 욕조, 케이크, 미용, 호텔, 유치원 교육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우선 반려 동물 사료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여러가지 영양소가 포함된 고급 사료가 필수라는 인식이 펫팸족 사이에서 퍼지면서 ㎏당 2만~10만 원에 달하는 고급 사료가 각광 받고 있다. 반려견 전용 미네랄 성분이 들어간 생수 중에는 1병(270㎖)당 가격이 3만 원이 넘는 제품도 있다. 사람이 먹는 생수 가격의 50배에 달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펫푸드 시장 규모는 2020년 9623억원에서 올해 1조787억원으로 2년 새 12%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영양제, 간식, 사료 등 펫푸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소화가 잘 되게 하는 반려동물 전용 우유 ‘아이펫밀크’를 선보였고, KGC인삼공사는 영양제 ‘홍삼함유 북어 농축액 분말’을 내놓았다. 광동제약 견옥고를 비롯해 종근당 라비벳, 동국제약 캐니비타 올인원 덴탈츄 등도 등장했다. 이마트(139480)는 반려동물 핸드메이드 간식 브랜드 ‘와일드 키친’에서 연어컵케이크, 치킨컵케이크 등을 개당 만원에 판매하는데, 번번이 품절 사태가 빚어진다. 명품 브랜드들도 펫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프라다는 반려견용 우비를 59만 원에, 펜디는 똑딱이 코트를 55만 원에 판매 중이다. 에르메스의 반려견 밥그릇(80만원), 루이비통의 도그캐리어(436만원)·개목걸이(42만원)·목줄(60만원) 등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트렌드가 계속 되면서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9000억원 수준에서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늘었고 2027년엔 6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가격도 명품처럼 ‘비싸야 잘 팔린다’는 소비 심리로 가격이 점점 상승하고 있다”며 “백화점, 마트 등에서도 반려 동물과 관련된 프리미엄 편집매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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