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김포공항에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귀국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시장의 여러 가지 혼동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다”고 진단하면서 인재 영입 및 유연한 조직 문화 만들기와 함께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 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직시한 이 부회장의 자성이자 다짐으로 읽힌다. 미증유의 복합 위기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야 정치권도 함께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합산 점유율은 절반을 넘겼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와 전기차용 배터리 등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메모리 반도체의 앞날도 탄탄대로는 아니다. 자율주행차·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의 대중화로 시스템 반도체 영역이 급팽창하면 결국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과학기술 초격차로 무장해야 글로벌 패권 전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 동맹을 세계 평화·번영의 ‘린치핀(중심축)’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덕분이다. 만일 한국이 시스템 반도체, AI, 배터리, 미래차 등 5~10개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추가 확보한다면 경제·안보에서 더 강한 성장판과 방어막을 지닌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기술 경쟁력 강화 노력이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규제·노동·세제 개혁 등으로 연구개발(R&D) 혁신과 고급 두뇌 육성을 적극 밀어줘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권력 싸움을 멈추고 22일째 휴업 상태인 국회를 조속히 정상화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입법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