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꽉 막힌 원구성 “입법부 스스로 법 어겨”…‘제헌절’에도 의장 없는 국회 될라

與·野, 국회법 어기며 22일째 원구성 파행 "서로 네 탓"

다음달 17일 제헌절까지 원구성 난항 전망…최악국회 오명

98년 김종필 총리서리 인준두고도 갈등…직전 의장이 경축사

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의 대치로 국회 공백 상태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서류들이 쌓여 있다./성형주 기자제21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을 두고 여야의 대치로 국회 공백 상태가 3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 복도에 서류들이 쌓여 있다./성형주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22일째 공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여야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입법부 공백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스스로 국회법을 어기며 원구성이 파행을 거듭하는 셈이다. 결국 입법부인 국회의 상징적인 기념일인 제헌절에도 의장없는 국회가 될 처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타결할 때까지 만나고 또 만나야 한다”면서 ‘마라톤 회담’을 제안했다. 이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이 양보 안을 내놔야 여야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원 구성은 파행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보 없는 여야의 대치 속에 본회의 일정 조차 잡지 못하고 의장단 선출도 계속 미뤄지자 국회의장이 부재 한 제헌절을 맞는 최악의 국회가 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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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 경축사는 통상적으로 국회의장이 해왔다. 국회법 14조에 따르면 국회의원 총선거 후 의장이나 부의장이 선출될 때까지는 사무총장이 임시회 집회 직무를 대행한다. 처음 선출된 의장과 부의장의 임기만료일까지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단을 선출하지 못한 경우와 폐회 중 의장·부의장이 모두 궐위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의장 등의 선거에 관해서는 최다선 의원이 직무를 대행한다. 최다선 의원이 2명 이상인 경우에는 그 중 연장자가 맡는다.

결국 6선으로 최다선 의원이자 전임 국회의장이었던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다음달 제헌절 경축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회 주관 행사에 관해 명시된 권한대행자는 국회법에 없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총선거 이후 상황에서는 직무 대행 규정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의장단 공석 상황에서는 국회 행사까지 해당 규정이 적용되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사무처에서는 아직 관련 논의가 이뤄진 바 없다”며 “정당 차원에서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장 없이 제헌절 행사가 치러진 적은 과거 한 차례 있었다. 제헌 50주년이었던 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김종필 국무총리 서리 인준 문제 등으로 여야가 대치하며 15대 후반기 국회의장이 공석이었다. 결국 당시 직전 국회의장인 김수한 한나라당(국민의힘) 의원이 경축사를 했다. 그해 8월 3일이 돼서 야 박준규 전 의장이 선출됐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교섭단체 협상으로 원 구성을 시작한 88년 13대 국회 전반기부터 21대 국회까지 국회법상 국회 원 구성 법정기한인 10일을 준수한 경우는 임기 개시 9일 만에 문을 연 18대 후반기 국회 뿐이다. 최장 기간이 소요된 것은 14대 전반기로, 국회가 문을 여는 데 125일이 걸렸다.


박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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