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일용직들 경기침체 직격탄] "일감 4분의1로 줄어…오늘도 허탕 쳤어요"

원자재값 급등에 공사현장 '올스톱'

금리 오르며 부동산경기 악화 겹쳐

인테리어 인력 수요도 30%로 '뚝'


20일 오전 6시 서울 노원구의 한 인력 사무소 앞. 3년째 일용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박 모(46) 씨는 헛헛한 마음을 감춘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일감을 찾아 이른 새벽부터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인력 사무소를 찾았으나 결국 ‘허탕’만 쳤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난해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난리더니 오늘도 헛걸음을 했다. 지난주 평일 내내 새벽 5시에 이곳을 찾았지만 겨우 이틀밖에 일하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일용근로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건설 현장이 줄어든 데 따라 일용직 고용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하루 생계까지 위협 받는 처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자재 값 상승에 ‘어쩔 수 없이 공사 시기를 늦춘다’거나 심지어 ‘기존 건설 계획 자체를 취소한다’는 말까지 곳곳에서 나오고 있어 일용근로자들이 느끼는 고용 한파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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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에서 인력 사무소를 운영하는 최 모 씨는 “선거 기간 동안 중단됐던 건설 현장이 재개될 줄 알았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화물연대 파업까지 더해지면서 현장 인력 수요가 다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노원구 소재 인력 사무소 사장인 전 모 씨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건설 현장에 사람이 부족하다고 난리였다”며 “하지만 올 초부터 인력 수요가 절반으로 줄더니 지난주부터는 그나마도 절반으로 줄어 4분의 1 토막이 났다”고 하소연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일용근로자 수는 약 116만 5000명으로 2019년 12월보다 약 24만 4000명 줄었다. 2020년 월 평균 일용근로자 수는 132만 8000명에서 2021년 123만 2000명으로, 또 올해(5월 기준) 111만 7000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용근로자 수보다 일자리 감소 속도가 더 가팔라지면서 일용직 근로자 시장 내 고용 한파가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저성장 우려 속에 원자재 가격 급등과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악재까지 등장하면서 일용근로자들의 설 자리가 한층 줄고 있다는 게 건설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톤당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보다 46.5%나 뛰었다. 철근 가격도 73.3%나 급등했다.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어느 정도 상승할지도 예측하기 어려워 건설 현장 곳곳에서 작업에 차질을 빚을 정도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건설 자재 발주를 하지 않고 있어 대다수의 건설 현장이 ‘올 스톱’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준금리가 잇따라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 거래량은 급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4000건대였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같은 해 9월 2000건대로 내려앉았다. 또 지난해 11월부터는 줄곧 1000건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 1월과 2월에는 1087건, 814건까지 떨어졌다.

서울 종로구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는 이사하는 집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인테리어 수요가 30%로 줄었다”며 “그마저도 원재료 비용이 크게 올라 손님들과 견적 가격을 새로 조정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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